2012년 11월, 영감님들과 함께한 구이산 캠핑
어머니는 아직도 내가 법대에서 국문과로 전과한 것을 두고 병직이 형님이 형소법 겸임교수로 왔기 때문에 쪽팔려서 도망친게 아닐까라고 생각하시지만 사실, 난 잔인한 학문에 권태를 느꼈기 때문이었다.형법에서 배우는 살인, 강간, 강도, 상해하며 민사에서 매일 봐야되는 사기, 횡령, 폭행에 아버지아 아들의 재산싸움, 자식간의 땅싸움, 엄마와 딸 간의 유산 소송 등을 보다 못해 외워야 하는 학문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밤하늘의 별을 보며 신화의 시대를 그릴 자신은 없었지만 천 년전 이규보처럼 '이'까지 사랑할 자신은 있었다. 브리짓드 바르도 고마워, 덕분에 슬견설을 더 사랑하게 되었어.하지만,법대에서 배운 한자의 3할도 못써먹는 게 고전문학이었다는 것은 함정. 황지우가 '빛띠, 나는 그걸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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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캠핑을 다니게 되었는가?
가족은 여름이면 짐을 쌌습니다. 4천만 필수 머스트 해브 아이템 블루스타와 아버지의 20년 된 황동코펠은 빠질 수 없었구요. 코오롱 나일론텐트에 돗자리 하나, 그리고 오래된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코펠 하나를 챙겨서 말이죠. 안양 유원지, 관악산, 청평 왜갈소, 수동 유원지, 현리 계곡, 홍천강, 안면도 등을 가족과 함께 쫒아다녔습니다. 어쩔 땐 차로, 어쩔 땐 기차로, 어쩔 땐 택시로, 어쩔 땐 봉고차에 끼여서 말이죠. 청소년 축구 8강전을 청평에서 라디오로 들으며 흥분했을 때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카메라 필름을 살 때는 언제나 운동회, 피서, 가족 대소사일 때였는데 필름이 두통 이상 넘어가는 경우는 오직 피서 때만이었습니다. 머리가 굵어져 중학교를 다니면서 아버지의 여행에 따라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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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실 갑시다. 금동산야로 다녀온 밤마실.
도덕경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曲則全 枉則直 窪則盈 敝則新 少則得 多則惑 是以聖人 抱一爲天下式 즉, 휘어야 펼 수 있고, 굽어야 설 수 있고, 오목해야 채울 수 있고, 낡아야 새로워질 수 있으며, 적어야 얻을 수 있고, 많으면 현혹될 뿐이니 성인은 이와같은 이치들을 하나로 엮어서 천하를 이해하느니라. 캠핑을 다니면서 이 말이 꼭 들어맞는 거 같아 한참을 중얼거리고 다녔다. 폴대는 휘어야 텐트를 칠 수 있고, 테이블은 굽어야 설 수 있으며, 코펠은 오목해야 채울 수 있고, 장비는 낡아야 개비할 수 있으며, 짐이 적어야 지를 수 있지만, 장비가 많아봤자 현혹될 뿐이니 캠퍼는 이와 같은 이치를 하나로 엮어야 진정한 캠퍼가 되느니라.... 히말라야 원정까지 다녀오신 뼛속까지 백패커들을 오토캠핑에 초대했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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