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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여행의 딴생각

2012년 11월, 영감님들과 함께한 구이산 캠핑

어머니는 아직도 내가 법대에서 국문과로 전과한 것을 두고 병직이 형님이 형소법 겸임교수로 왔기 때문에 쪽팔려서 도망친게 아닐까라고 생각하시지만 사실, 난 잔인한 학문에 권태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형법에서 배우는 살인, 강간, 강도, 상해하며 민사에서 매일 봐야되는 사기, 횡령, 폭행에 아버지아 아들의 재산싸움, 자식간의 땅싸움, 엄마와 딸 간의 유산 소송 등을 보다 못해 외워야 하는 학문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신화의 시대를 그릴 자신은 없었지만 천 년전 이규보처럼 '이'까지 사랑할 자신은 있었다. 브리짓드 바르도 고마워, 덕분에 슬견설을 더 사랑하게 되었어.

하지만,

법대에서 배운 한자의 3할도 못써먹는 게 고전문학이었다는 것은 함정. 황지우가 '빛띠, 나는 그걸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압축할 재능도 없었고 김훈의 '버려진 섬에(도)는 꽃이 피었다'로 고민할 감수성도 없었다. 내일은 없었고 오늘 마실 소주 한 잔과 누워잘 내 자리만 있으면 정처없이 나풀거리며 시간을 낭비하며 살았다.


문예창작실기론으로 수업이름을 기억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복학생에 나이 많다는 이유로(나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르면) 박경덕 선생께서는 국문과 전과 이후 처음 나에게 A+를 주셨고 (물론 수업 중간에 같이 맞담배 폈던게 아주 주효했던 것 같다) 그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난 그 은혜를 어떻게 값을지 몰라 내 결혼식에서 첫 주례 스타트를 끊으실 수 있도록 배려해 드렸다. 그 공작을 위해 청첩장 50장을 따로 만들어 맨 첫줄에 "박경덕 선생님을 모시고"라는 문구까지 새겨야 했다. 선생님은 영화 '나비'에서 김민종이 입었던 빤짝이 은갈치 양복과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PDA로 하객들의 기를 죽이며 아직도 기억에 남는 주례사로 복수해 주셨으니.....


그 마음의 빚을 아직도 이렇게 갚고 있는 중이다.


 

장고형님에게 부탁하여 하루 전세로 빌린 구이산.

난, 이 산이 너무 사랑스럽다.

전생에 여기 어디서 멧돼지로 살았던 거 같아.



내열유리가 깨져서 약간 찐따가 된 페트로막스는 나보다 11살이 많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쌩쌩 하심.



위팬 전대에 이어 두 번째로 붉을 밝히는 곰바우.

SPS 너무 편하고 좋은데 나무먹는 저 짜릿함을 어떻게 잠깐의 편리와 바꾸냐고.

불만 보면 미친듯이 시계바늘이 날라간다.



다들 아시겠지만 제 텐트 내부에는 '정리'와 '정돈'이는 가출중이에요.



곱게 마른 장작은 제 몸을 태울 때 요란하지 않다. 

오직 덜 마른 장작이 불똥을 튀며 부산하다. 

나님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어 아직 부산하고 요란하다. 

장작에게 배워 사람 좀 되고 싶다



다음날, 노인네들 만나뵐 채비나 하자.



안녕, 나는 주인 잘못만난 홀릭이라고 해.

주인새끼가 더러워서 내 영혼도 더러워지는 것 같아.

아무래도 난 텐트를 잘못산 거 같다. 텐트가 자꾸 날 욕해.




아침나절에 산책도 좀 하고.

여기는 자연 취수장.

구이산 와본 분들은 눈에 익을 듯.




붕붕이가 겨울에 꼭 가자고 했던 언덕.

저기 눈 쌓이면 스키탄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영감님들 도착.



도착하자마자 꺼내시는 술.




안녕, 난 수정방이라고 해.

숨 한번 쉬니 빈병만 남았네.




정관용 선생님은 빨간 신상 다운파카를 하나 구비하셨다.

난 축하해 드리기 위해 물먹은 장작은 다섯 개 더 넣었지.

다운파카는 통풍이 생명이니까.




오랜만에 책을 잡으신 주홍미 실장님.

무려 5분간이나 정독하심.



혹시몰라 실내에는 장작 몇개 넣어 놓고.



목살로 초저녁을 준비했다.

나님, 전생에 멧돼지 아닌거 같아. 푸줏간 주인이었던 듯.



내가 다소곳 할 때는 

고기 썰 때와

소녀시대 만날 때 밖에 없음.

아, 마누라 한테 혼날 때....



김문생 감독님은 집에서 뻬치카 떼는 실력으로 

영혼이 담긴 도끼질을 시전 하셨다.


그리고

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시간이 워프하기 시작했다.


생태탕 먹을 때 다들 정신줄 놓고 

낙지님 올라오실 때 되어서야 정신이 돌아옴.

정관용 선생님의 불꽃을 두려워하지 않는 낙지사랑



매운 것 외면하시는 김문생 감독님.



안녕, 나는 무안 뻘낙지라고 해.

내 영혼은 259개의 빨판과

하나의 주뎅이로 되어있지.



오늘의 쉐프로 영혼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 낸 국도.

수고했다.


그리고 새벽 4시까지 이어진 끝없는 이야기.

노자에서 맹자까지

대한민국 공연기획의 미래와

대선특수에 따른 진행자 출연료 상승문제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애니메이션과

한 망나니의 영혼이 담긴 개사료와


각자의 꿈이


구이산 계속 속으로 다 흩어져 들어갔다.







고생한 자들의 최종 정리후 마지막 샷.


"니들은 구하라의 어디가 좋으니?"

"난 저 이마"

"전, 저 입술이..."


'음.... 난.....'

국도가 가리킨 곳은 여기서 막 쓸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막짤은 붕붕이.

완전 외탁.



우아앙.

애비가 돈 많이 벌게. 넌 공부밖에 없다. 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