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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이자 주례선생님이자 내 인생의 먹고 살 일을 결정지어 버리신 박경덕 선생님은 산을 좋아 하신다.
캠핑에 입문하고서 언제 한번 모실까 고민을 하고 싶은 찰라
우연찮게 날을 잡게 되어 오붓한 캠핑을 계획하였으나....
언제나 그렇듯 인원은 늘고 늘어 8명 떼캠이 되어 버렸다.
뭐 하루이틀이 아니다.
몇년 전 300만원 육박하던 컴퓨터 본체를 장만하실 적 일이다.
하드, 씨피유, 램은 그렇게 따지시면서
정작 작가의 직접 접촉면인 키보드는 "벌크 키보드로 아무거나"를 외치실 때
"작가이시면서 펜을 아무거나 구입하시다니요? 멤브레인 방식은 버리시고 이제 처녀 젖가슴 느낌의 기계식으로 가셔야죠" 하며 7만원짜리 기계식 키보드를 추천해 드렸다가 결국 30만원짜리 체리 키보드로 역뽐뿌를 주시던 분 아니던가.
'못노는 산악회(8)' 6분과 설겆이 담당 김배근 작가와 함께 8명의 떼캠핑을 송추 휴벨로 다녀왔다.
처음부터 알파인만 고집하셨던(뭐젊었을 당시에는 오토캠핑이란 용어 자체가 없었으니)
알파인 베테랑이신 분들이지만 오토캠핑은 완전 무지하신 상태라 거대하고 큰 장비를 보면서
매우 놀라 하신다. 아, 동행이셨던 주홍근 실장님은 오캠의 선배.
주옥같은 요리스킬로 감동의 도가니 선사.
이번에 구입한 페트로막스 HK500
매우 당연하게도 개시기념 유리 해먹었다. 엉엉.
화로대와 더치를 보며 사이즈에 감동 중이신 박경덕, 이상화 선생님들.
야, 그러니까 여기다 백숙을 할거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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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숙을 끓이고 폭풍같은 목살 흡입 시간이 지나자 밤이 찾아왔다.
안주는 이제 닭갈비로 넘어간 상황
이날 야생 장작의 90%를 해오신 '장작' 김문생 감독님은
정관용 선생님 머리에 얹힌 모자를 두고
한동안 소유권 다툼을 하셨다.
원래는 내가 받을 선물이었으나 머리 큰 죄로 맞지 않더라....
백숙이 나오기 전 닭갈비
소시적 6개월간 죽만 드셨기에 죽은 입에도 대지 않으신다는 주홍미 선생님의 닭갈비 젓가락질은
그래서 휘날렸었나 보다.
그래도 개그스타 작가팀에는 나름 연배도 있고 후배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얄짤없는 물땅신세가 된 김배근 작가.
먹는 와중에도 아이폰 사랑은 뭐....
이 중에서 누가 가장 식탐이 많은 줄 알아?
식탐왕 박경덕 선생님.
오캠의 요리고수 주홍근 실장님.
더치오븐 백숙, 베이컨 말이구이, 숯불 립 등등
끊임없는 캠핑 먹거리의 8할을 조달하셨다
목살 4근, 닭갈비 두팩에 이은
30인치급 닭백숙 등장.
영혼마저 녹일 맛.
숯불 밑에는 립들이 호일에 쌓여 익어가고 있다.
눈발이 제법 날리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도 숟가락은 놓고 계시지 않은 박선생님.
인정.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닭백숙의 영혼들.
좌 노스스타, 우 페트로막스.
트레일러를 사게되면 저 노스스타도 한번 써 보리라.
밤이 깊을 수록 눈은 더 쌓이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 자리를 텐트안으로 옮긴 뒤.
박선생님의 모순 강의 방언 터지심.
김문생 감독님은 조용히 무대로 걸어나와....
리싸이틀을 여셨다.
아무도 없는 캠핑장이라 마음껏 노래 하실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감동받은 관객 1
다음엔 내가 불러야지.
그 와중에도 모순강의는 계속된다.
야, 물질이 말이야, 반물질이랑 싸워서 이긴거 아니냐? 생지축지. 나서 쌓아야 돼. 유행어 봐. 처음부터 유행어가 어딨어? 반복해야 된다고. 반복. 우리나라에 유행어 딱 두 번 해서 성공한 사람은 있어. 그게 누구야? 이주일이야, 응? 잊지마. 세상 모순에서 플롯은 만들어진다고. 비극은 직계존속에서 발생하는거야. 응? 알았지? 신화에 모든 게 다 있어요. 응? 새겨 들어라.
그리고 양현아,
음... 넌 다음에 따로 이야기 하자.
13년째, 난 다음에 따로 이야기 하자고 하신다.
언제쯤 그 다음이 오나.
선생님, 접니다. 저. 선생님의 1호 주례 대상자라구요!!
내 눈물의 항의에 미동도 않고
폭풍 방언이 끝난 후 바로 트위터 관리에 들어가시는 선생님.
정관용 선생님과 주홍미 선생님은 가장 따뜻한 아랫목 착석.
이런 시스템은 상상도 못하신 두 분.
"어후, 난 이런게 있는지도 몰랐어. 늘 바베큐 의자 조그맣게 된 거, 그런거만 가지고 다니는 줄 알았지. 이렇게 큰 거는 생각도 못했네."
어느새 밖은 눈이 소복하게 쌓이고...
이야기는 깊어 간다.
스노우캠핑, 그것도 아무도 없는 전세캠핑에 흥이 오른 분들은
주변의 돌무더기로 담을 쌓고 마른 나무를 한가득 해와 본격 불놀이를 즐기시기 시작.
안에서는 또 나름대로의 술자리가 이어지고...
"양현아, 그건 알아둬라."
"네"
"이 오뎅 해물찌게에는 무가 들어가야 된다"
".......네.......ㅡㅡ;;"
밖에서는 정태춘을 필두로 수많은 70년대 노래가 무한 반복.
노래라면 나도 빠질 수 없다.
정관용 선생님도 이동 배치
급기야 배근씨는 아이폰으로
선생님 말씀 메모하기 시작.
역시 캠핑은 아랫목이야.
아랫목 만세!
옥장판 만세!!
평생에 산에 와서 엉덩이 지지며 처음 자보신다며 즐거워 하신다.
쌓이는 병 사이로 켜켜히 쌓이는 건 이야기.
아, 이걸 언제 또 다 치우나?
이제는 잘 시간.
왼쪽 빨간 알파인 텐트에는 유일한 여성이셨던 주홍미 선생님 혼자 주무셨다.
나와 배근씨, 그리고 정관용 선생님은 온돌매트에 눕고....
아, 어쩌랴.
유별해야 하는 게 도리인걸....
새벽 4시.
11시간의 즐거웠던 이야기는
기억 너머로 그렇게 또 갈무리 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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