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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아이의 두 번째 시. 불행한 인생시. - 차수겸 나는 매일매일 야구하다가 혼난다. 아파 아파 너도 아파라고 맨날 그런다. 숙제를 하고 놀아야지라고 맨날 잔소리를 한다. 이젠 지겨워서 짜증이 나지만 나는 아직 어린인데 더 짜증내면 더 혼난다. 빨리 크고 싶다. =============================================================== 열살. 엄마와 아이는 전쟁을 한다. 더 놀고 싶은 아이, 더 뛰고 싶은 아이, 더 즐기고 싶은 아이는 엄마와 전쟁을 한다. 엄마는 힘들다. 밥먹기 싫어하는 놈 밥 먹이고, 학원가기 싫어하는 놈 학원 보내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놈 앉혀서 공부 시킨다. 엄마가 무서운 아빠는 눈치보고 아이의 행복이 저 공부와 학원 안에 있는 건 아닌데 싶다가도 육아를 전담하지 못.. 더보기
졌다, 1학년 6반. 빼어날 수, 겸손할 겸. 빼어나되 겸손하게 살아라. 두달간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획수와 변, 조화를 감안하여서 만든 이름 흔하지 않고 발음이 어렵지 않으며 행여 놀림감이 되거나 무시당하지 않을 이름. 이름을 부르면 차분해지고 정감있으며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이름. 그래서 고민끝에 만든 이름이었다. 수겸. 차수겸. 아들. 짓고나니 정말 뿌듯했었다. 아, 이름, 부르기 참 좋다. 편하지만 쉽게 생각할 수 없고, 복잡하지 않지만 단순무식하지 않은 이름.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어제, 아들이 묻는다. "아빠, 이름 누가 지었어?" "왜?" "후, 그냥" "뭣 때문인데...." "애들이 놀려서..." "뭐!! 누가!! 이름이 뭐가 어떻다고 애들이 놀려!!" "애들이 자꾸 나보고 옥수수 수겸 차!래!"" 1.. 더보기
적당한 위선 아빠, 엄마가 좋아하는 일 10가지 쓰기. 아들이 A4지를 한장 가져옵니다. "아빠, 아빠가 좋아하는 것 10가지 쓰래." "그래?" "응, 아빠가 좋아하는 거 써줘." "함 보까?: 1. 엄마. 2. 아들. 3. 일. 4............ 갈등이 왔다.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와우, 담배, 술, 여자..... 쓴다. 4. 와우 5. 담배 6. 술 7. (차마 여자는 쓸 수 없어) 사교, 라고 쓴다. 8. 인터넷 9. 블로깅 10. 에라 모르겠다. 조립식. 쓰고나서 아내가 쓴 종이를 슬쩍 본다. 1. 아빠와 함께 요리하기 2. 수겸이와 함께가는 봄소풍 3. 가족과 같이하는 저녁식사. .............. 시발.... "야, 아들, A4지 하나 더 갖고와." "왜?" "응, 아빠가 잘못 생.. 더보기
아들이 말한다. 아빠, 일기는 왜써? 매일 똑같이 놀았는데. 네 영혼에 대한 반성을 하는거다. 응? 아들, 세상이 무한대처럼 있는게 아니라서 늘 같이 놀면 안돼. 언제나 새로운 놀이를 찾아봐. 혹, 같은 놀이를 하더라도 새로운 친구들과 해봐. 오래된 친구들과 같은 놀이를 하는 거라면 같이 노는 친구의 새로운 면을 생각해봐. 그게 뭐야?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말자고. 그런데 아빠는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게임하잖아. 맨날 똑같은 게임. 아들, 아빠가 언젠가 너에게 드넓은 아제로스 대륙을 가로지르며 전우를 위해 희생당했던 한 영웅의 서사시를 읇어줄 수 있는 날이 올거야. 그러니까 게임에서? 그럼 나도 네이버 쥬니어 게임하는 건 좋은거네? ... ... 자식 앞에서는 숭늉도 먹지 말자. 아내는 부자간의 대화를 들으며 콧방귀를 낀.. 더보기
아들이 다 컸다 작년까지만 해도 믿었다. 아들은.... 아빠 지금 뭐해? 응, 지금 아빠는 파워포스레인저 레드와 지구를 지키기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거짓말. 아니야, 잠시만 기다려봐. (광주씨, 아들, 설명좀 해줘.) 안녕 수겸아, 아저씨는 파워포스레인저 레드야! 으아아아아아아~ 엄마, 레드가 나한테 전화했어!!!!! 아빠는 영웅이 된다. 지구를 구하는 우주전사들과 연석회의라니. 하루는 그렌라간의 시몬을 만나고 하루는 사오정과 함께 손오공의 만행에 대한 토론을 하고 하루는 원피스의 크로커다일과 함께 해양한국, 빛나는 조국의 미래를 이야기 하고 그리고 또 어느날은 격동 50년, 역사스페셜의 주인공과 인사를 한다. 아들이 특히 감격하는 건 여자 주인공들과 조우할 때다. 물론 목소리만으로 조우해야지. 하지만 만나면 끝나는.. 더보기
반항의 계절 "여보" "우리 애 똥냄새가 심해지기 시작했어" "여보, 유전이야" "옛날에는 향긋했는데..." "당신이 변태였다가 사람이 되는 거겠지" "죽을래?" "여보, 그거 알아? 인생은 슬픈거야." "..." "똥냄새로 슬퍼하기에는 울 일이 많아." "..." "이제 우리는 연애도 할 수 없는 중년이잖아." 아내는 문을 닫고 유치원 동창 엄마들이랑 술을 마신다며 밖을 나섰다. 10시 아이는 자고 있고 나는 와우에 접속했다. "형수님이 이시간에 게임 하는 것 봐줘요?" "인생은 슬픈 거니까..." 25인 낙스를 돌고 게임을 종료할 즈음 백세주 4잔을 마신 마누라가 돌아왔다. "여보, 그래도 우리, 연애할 때는 알콩달콩 했는데 말이야." "아직, 우리에겐 독한 똥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아들이 있잖아." "..."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