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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의 계절 "여보" "우리 애 똥냄새가 심해지기 시작했어" "여보, 유전이야" "옛날에는 향긋했는데..." "당신이 변태였다가 사람이 되는 거겠지" "죽을래?" "여보, 그거 알아? 인생은 슬픈거야." "..." "똥냄새로 슬퍼하기에는 울 일이 많아." "..." "이제 우리는 연애도 할 수 없는 중년이잖아." 아내는 문을 닫고 유치원 동창 엄마들이랑 술을 마신다며 밖을 나섰다. 10시 아이는 자고 있고 나는 와우에 접속했다. "형수님이 이시간에 게임 하는 것 봐줘요?" "인생은 슬픈 거니까..." 25인 낙스를 돌고 게임을 종료할 즈음 백세주 4잔을 마신 마누라가 돌아왔다. "여보, 그래도 우리, 연애할 때는 알콩달콩 했는데 말이야." "아직, 우리에겐 독한 똥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아들이 있잖아." "..." ".. 더보기
고속도로의 고독자. 1998년의 가을은 추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풍족했던 돈은 오링이 났다. 성범이의 큐백을 메고 여름을 보냈다. 전국의 동네 당구장을 돌며 당구를 쳤다. SBS 대학당구선구권 대회에 나가기 전 마지막 찬스라고 했다. 오후에는 당구로, 밤에는 바둑이로 동네를 쓸었다. 100만원을 따면 50만원을 뱉었고 200만원을 따면 150만원을 뱉었다. “더 따면 네가 어떻게 막아줘도 등 따인다.” 먹고 마시고 자는 데 하루 20만원이 들었다. 성범이는 언제나 반으로 나눴다. 일당 15만원이면 제법 돈이 됐다. 여름방학이 지나자 각자 400만 원정도 쥘 수 있었다. 성범이는 휴학을 했다. 나는 알토란같은 400만원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그런 게 고민으로 잘 써질 수 있는 돈은 아니었다. 돈의 .. 더보기
홍해의 기적 306보충대에서는 말이 돌았다. 환상의 17사, 꿈의 30사, 질 수 없다 25사. 중학교 2학년 때 마음에 들던 여자애를 따라 교회에 나간 날이 부활절이었다. 그 때 부활절 달걀을 두 개 반 먹은 덕분인지 난, 25사를 발령받았다. 1개 중대는 250명이었다. 중대선임을 설레발로 꿰찰 수 있었다. 중대선임은 6박7일의 포상휴가가 주어지는 자리였다. 두 개의 중대가 한 연병장을 공유했다. 우리는 2주 먼저 들어온 중대와 연병장을 같이 썼다. 연병장 주위는 목책으로 둘러쳐져 있었고 탈영하기 쉬워보였다. 문제는 탈영을 하면 어디로 갈 지 모른다는 점이었으며 우리는 아직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누구요?”라고 암구어를 외치는 저능아 신병들이었다. 일요일이면 공을 찼다. 선임중대가 아침식사 후 250명이 5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