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캠핑, 여행의 딴생각

봄마실 갑시다. 금동산야로 다녀온 밤마실.

도덕경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曲則全 枉則直 窪則盈 敝則新 少則得 多則惑 是以聖人 抱一爲天下式

즉, 휘어야 펼 수 있고, 굽어야 설 수 있고, 오목해야 채울 수 있고, 낡아야 새로워질 수 있으며, 적어야 얻을 수 있고, 많으면 현혹될 뿐이니 성인은 이와같은 이치들을 하나로 엮어서 천하를 이해하느니라.

캠핑을 다니면서 이 말이 꼭 들어맞는 거 같아 한참을 중얼거리고 다녔다.

폴대는 휘어야 텐트를 칠 수 있고, 테이블은 굽어야 설 수 있으며, 코펠은 오목해야 채울 수 있고, 장비는 낡아야 개비할 수 있으며, 짐이 적어야 지를 수 있지만, 장비가 많아봤자 현혹될 뿐이니 캠퍼는 이와 같은 이치를 하나로 엮어야 진정한 캠퍼가 되느니라....

히말라야 원정까지 다녀오신 뼛속까지 백패커들을 오토캠핑에 초대했던 건 산이 높아야 맛이 아니고 음식 재료가 비싸야 맛이 아닌 것처럼 바쁜 일상에 작은 여유를 선물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다. 

세상 모든 캠핑장이 한가해 지는 일요일 늦은 오후

1박 2일 일정으로 못노는 산악회 영감님들 모시고 다시 포천의 '금동산야' 캠핑장으로 여유의 터를 차렸다.

  



20년 연배의 왕고참님들 모시는 일은 언제나 분주하다.

오른쪽 정관용 선생님께서 쓰고 있는 저 모자. 원래 주인은 나였다. 머리 큰 설움이 담뿍 묻어나오는 장면.




이상화 선생님과 유열 선배님 자세가 딱 말년 병장 느낌이구나.

"애들 열심히 하는데 일 손좀 거들어 주시죠."




그날 태운 모든 장작을 작업하신 듯한 포즈의 정관용 선생님.




당일, 캠핑장 사진도 좀 찍고, 주변 사람들도 좀 찍고, 이번에 새로 개비한 키친시스템도 좀 찍고 싶었으나

고기 구으랴,
천체망원경에 달 도입하랴,
다음 요리 준비하랴,

정신이 없었다.





오늘도 등갈비는
'돼지고기의 달인' 돼달 주홍근 실장님이 작업을 맡아 주셨다.




"야, 먹는 것 보다 인증이 중요한 시대야"

인증 샷 날리는 박경덕 선생님.




  
목살 타임이 끝나고 닭갈비가 오르자

해맑게 웃음 날리시는 김문생 감독님과 주홍미 실장님.



닭이 오르자 주홍미 실장님 눈빛에서 결연한 의지가 분연히 일어난다.
 


 


머리만 작았어도 소유자가 바뀌었을 저 모자. 엉엉.
조만간 어머니께 찾아가서 AS 요청해 볼 예정.
 



요리 배식 중이신 이상화 선생님. 

 


김문생 감독님은 유열선배님과 초면.

인증샷 하나 찍자고 하신다.

 

  
자리바꿔서 한 번 더...

감독님, 제 투샷 잡는 실력 좀 믿어주세요.

 
좌측 파란모자의 김배근 작가,

저 친구가 없었다면 이 번 모임은 있을 수 없었다.

궂은 일 도맡아 해준 정말 고마운 친구.



 
발갛게 얼굴도 익고
빨갛게 닭도 익고
바람은 살랑살랑 3월 중 최고의 날씨구나.

 
닭이 익어감에 따라 나의 할일도 조금씩 줄어드는구나.

급흡족


주홍근 실장님의 노스스타.

내가 갖고 있는 패트로막스는 다루기가 무척 힘들다. 뛰어난 밝기, 통일할 수 있는 연료, 아름다운 외관, 다양한 옵션, 오래된 역사 등 수많은 매력에도 불구하도 난 패트로막스랜턴을 접을 생각이다. 캠핑와서 랜턴 하나에 2~30분씩 쏟을 여력이 난 없다. 혹시 패트로막스 500CP 더블홀맨튼 불투명유리 스텐레스 노즐로 개비된 거 필요하신분 계신가요? ^^



닭의 막바지에 와서... 



밥을 볶는다.... 


 
내가 닭갈비 먹자고 밥 볶는 거 아닙니다.

볶은 밥 먹자고 닭갈비 먹는거지...


 
밤은 깊어지고 달은 밝고....

유열 선배님의 자세는 반취침 모드로 바뀌었고...


 

 
"양현아"
"네"
"수고했다"
"물론이죠"
"뭐 더 없냐?"
"...."




목살, 닭갈비, 볶음밥에 이은 베이컨 꼬치.

그리고 등갈비 투하 작업. 




달빛에 반사된 머리가 향단이 머릿결 같구나.

엘라스틴 했어요. 





불판 사이로 떨어지는 마늘 하나에도

나는 외로워 했다.
 

 

 
과일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미드사 ETX-90pe로 달도입 시도중...

아 향단이 머릿결. ^^




식사중 참석한 최원석 PD님도 보시고... 


김배근 작가는 아이폰에 달을 담으로고 무던히 노력중.



까무룩하게 먼 하늘.

동공에 꽉 차게 들어온 달은 경이롭다.

거기에 토끼가, 절구통이, 외계인이, 우주선이, 달기지가 없어도 말이다.





사람이 없는 캠핑장.

작은 무대가 열린다.

오늘은 쎄시봉 특집이다. 조영남부터 출발이다. 




최원석 PD와 같이 온 조영필님.

멋진 부산 남자.

노래는 조'영'필급 ^^

 


 
7~80년대 통기타 발성 6단에 빛나는 주홍미 실장님의 노래.


 


감동 받으신 이상화 선생님.

 

 

제 점수는 요.....


60초 후에....

 
 


질 수 없는 정관용 선생님의 조용한 독창 시간.




정관용 선생님, 제 점수는요.... 


 

 
한 20점? ㅋㅋㅋㅋㅋㅋㅋ




 

 격하게 공감(?)하는 청중들.



 
등갈비도 익고
감자도 익고

그렇게 날이 저무는 시간.



한참이나 더 늦은 시간이 되서야 




 
자리는 끝났다.

  


 
배근아, 생지축지인거다.
네, 선생님.
빠질 수 없는 생지축지 강의 타임도 오늘은 여기까지.



고마웠다. 자연, 수고했다. 장작.

다음에 또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