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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단풍이 별건가?
단지앞 차로에 핀 은행도 단풍이고
베란다 앞 핀 단풍도 단풍이고
담너머 국회의사당 앞 뜰의 저놈도 단풍이고
궁골놀이터 테니스장 너머로 붉은 저것도 단풍인데.
별스럽게 어딜 가는 건
기름, 돈, 영혼, 체력, 밥, 시간낭비라고 주장하고 다녔다.
자연과 괴리된 삶은 그리 팍팍한 거다.
노새의 등이 부러지는 건 언제나 마지막 한 짐 때문인 것처럼 위태위태하게 살다 이러다 죽지 싶어 떠난 캠핑.
연천군 내산리의 내산 그린필드를 다녀왔다.
내산리의 가을은?
식빵에 낀 곰팡이색
차가운 도시남자로 포장된 샐러리맨의 감성 수준이란게 딱 이정도다.
9살 남자는 일단 물을 보면
냅다 돌팔매질을 하는 게 정상.
아빠가 한다고
지도 열심히 팩질이다.
땅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아들아, 예수도 모택동도 다 목수였단다.
망치질에는 손목 스냅과 자세가 가장 중요하지.
넌 스윙궤적에서 어깨가 빨리 열리고 어깨가 손보다 빨리 열리는구나.
목수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
아빠, 이건 못이 아니라 팩이라고, 팩.
아들은 다시 나가 돌팔매질.
조만간 저 개울을 막아버릴 기세.
텐트 정리가 끝나는 순간부터 어질러진 사이트.
하지만 갈 때는 온 흔적도 없이 정리했다는...
내산리의 가을은 절정이다.
아이는 잠자리채로 개구리를 잡겠다고 나서고...
엄마도 따라 나선다.
진정한 개구리잡이 고수는
잠자리채를 이용하지.
하나밖에 없는 신발을 적시면 사망이라는 엄마의 호령에
차마 물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아놔, 여기는 개구리 포인트가 아니야, 여긴 글렀어.
아들, 엄마가 함 잡아보까?
잠자리채를 향한 두 모자의 팽팽한 줄다리기.
이, 아름다운 자연을 두고 고작 개구리에 빠져버린 두 모자.
개구리를 잡을 땐 말이지.
영혼을 태워야해!
긴 팔을 이용해서 이렇게!!!
엄마~!!!!
저걸 다 놓치면 어떻해!!
아빠, 엄마가 개구리에 빠졌어.
내 잠자리채 안줘!!
아들아,
응?
엄마는 절대권력자란다.
절대반지를 가진 자.
아빠, 그럼 나 이 카메라 줘...
사진이라도 찍게....
아들이 카메라를 달라고 해 도망친 게 아니라
원경을 찍고 싶었을 뿐.
개구리로 상처받은 두 모자.
이 묽맑은 아름다운 개울에 있자니
저 흘러가는 낙엽만큼만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원이 없겠네.
오늘의 수확.
초짜 개구리 사냥꾼에게 잡힌 바보 개구리들.
어느덧 밤은 또 찾아오고
아빠는 잡아온 개구리를 구울까? 튀길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
아들은 아빠 엉덩이에 불똥침을 놓고는
즐거워 하고 있구나.
다음날.
젖고 뭐고도 없이 10월의 한기도 아랑곳 없는 아이들.
아빠, 수영하게 해주세요, 네!!
아들아,
네가 수학보습학원에서 받은 65점 맞은 시험지 같은 건 숨길 필요 없단다.
너는 인생의 100미터 달리기에서 고작 9미터밖에 달리지 않았거든.
네가 받는 수학 시험 같은거 보다
네가 오늘 잡은 개구리 12마리가 더욱 멋지다.
가을은 역시 개구리 잡이의 계절.
너무 빠른 시간.
너무 빠른 주말.
하릴없이 기다려지는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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