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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캠핑을 다니게 되었는가? 가족은 여름이면 짐을 쌌습니다. 4천만 필수 머스트 해브 아이템 블루스타와 아버지의 20년 된 황동코펠은 빠질 수 없었구요. 코오롱 나일론텐트에 돗자리 하나, 그리고 오래된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코펠 하나를 챙겨서 말이죠. 안양 유원지, 관악산, 청평 왜갈소, 수동 유원지, 현리 계곡, 홍천강, 안면도 등을 가족과 함께 쫒아다녔습니다. 어쩔 땐 차로, 어쩔 땐 기차로, 어쩔 땐 택시로, 어쩔 땐 봉고차에 끼여서 말이죠. 청소년 축구 8강전을 청평에서 라디오로 들으며 흥분했을 때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카메라 필름을 살 때는 언제나 운동회, 피서, 가족 대소사일 때였는데 필름이 두통 이상 넘어가는 경우는 오직 피서 때만이었습니다. 머리가 굵어져 중학교를 다니면서 아버지의 여행에 따라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2012. 1. 30.
도올 선생의 인문학 강의 5강을 마치고... 마지막 김현 선생(조선왕조실록 DB 구축을 진행하셨던 양반)께서 불려나가 말씀하시는데 전율이 왔다. "4단이 이발이고 7정이 기발이라고 나뉘는 거 억지 맞습니다. 퇴계 선생이 그럴 모를리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당시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지배해온 불교를 버리고 새로운 통치이념으로 가져온 유교가 그리고 주자학에게는 아주 큰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요. 모든 사물을 음과 양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그러한 이분법적인 사고틀 내에서는 인간의 본연적이고 도덕적인 특성이, 절대선으로 남아있어야 할 신념 같은 것이 없었다는 것이죠. 나중에 이는 중국에서 양명학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퇴계는 4단과 7정을 리발, 기발로 나누면서 리를 통한 절대적 가치에 대한 믿음을, 인간 근원적인 절대적인 선, 절대적인 가치(요건 내가 .. 2012. 1. 5.
아들이 아빠에게 들킨 첫 영작.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같이 캠핑다니는 친구 상윤이에 관한 것과 담임 선생님에 관한 내용. 문법이고 나발이고를 떠나서 저놈의 마음이 너무나도 가슴아프게 들어온다. 여름이면 덥다고, 겨울이면 춥다고, 봄이면 꽃가루 날린다고, 가을이면 어차피 운동회 할거라고 일주일에 몇 번 있지도 않은 체육수업을 매번 빼먹었던 선생님. 너무나 놀고싶은 10살 사내놈에게는 체육시간에 공부하기가 참으로 가혹했었나 보다. 아빠가 로또 되면 꼭 대안학교 보내줄게. 엉엉. 2011. 12. 19.
애플의 기억 1984년 아버지가 이상한 놈을 들고 오셨다. 금성 칼라티브이에 이놈을 꼽더니 말씀하셨다. "니가 말한 게 이거냐?" "아니, 이게 아니라 MSX라니까 아빠." 애플2와 첫 만남이었다. MSX는 카세트테이프로 게임을 로딩시킬 수 있었던 반면 애플은 팩이 있어야 했다. 기껏 국민소득 1000불(이건 명확치 않다.)을 갓넘긴 대한민국 보통의 중산층 가정에서 게임팩 가격은 어린이가 지불할만한, 혹은 어린이를 위해 지불할만할 금액이 아니었다. 산 걸 무를 수는 없었다. 베이직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름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버지는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래밍 책을 한권 더불어 사주셨다. 한달 가까이 실수와 실수의 반복을 계속하면서 만든건 무슨 양궁게임 같은 거였다.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프로그래밍이었다. 명.. 2011. 10. 6.
아이의 두 번째 시. 불행한 인생시. - 차수겸 나는 매일매일 야구하다가 혼난다. 아파 아파 너도 아파라고 맨날 그런다. 숙제를 하고 놀아야지라고 맨날 잔소리를 한다. 이젠 지겨워서 짜증이 나지만 나는 아직 어린인데 더 짜증내면 더 혼난다. 빨리 크고 싶다. =============================================================== 열살. 엄마와 아이는 전쟁을 한다. 더 놀고 싶은 아이, 더 뛰고 싶은 아이, 더 즐기고 싶은 아이는 엄마와 전쟁을 한다. 엄마는 힘들다. 밥먹기 싫어하는 놈 밥 먹이고, 학원가기 싫어하는 놈 학원 보내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놈 앉혀서 공부 시킨다. 엄마가 무서운 아빠는 눈치보고 아이의 행복이 저 공부와 학원 안에 있는 건 아닌데 싶다가도 육아를 전담하지 못.. 2011. 9. 9.
4월~7월 캠핑정리. 4월, 아직은 추웠던 그 날. 유치원 동창들과 저희 가족은 물소리 캠핑장을 갔습니다. 캠핑의 세계로 꼬드긴 죄로 빠질 수가 없었지요. 원시적인 저 초입이 사람을 이상하게 끌더이다. 계곡은 마르고 볼 품 없었지만 마음만은 박하향 담배마냥 시원했어요. 아직 초보딱지 못 뗀 캠퍼는 정리가 안됩니다. 아이들은 해먹하나로 뾰류퉁한 놈 하나 신나서 죽겠는 놈 하나 사는 게 뭐, 다 그렇지요. 이 날, 투버너 랜턴 조합 개시 했습니다. 유일하게 마눌신에게 칭찬받은 지름이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달에는.... 춘천에 있는 알리만 캠핑장을 찾았습니다. 이녀석은 하루에 3mm씩 자라는 거 같습니다. 어제가 오늘과 다르고 그게 애비를 행복하게도 하고 애잔하게도 합니다. 처음으로 카약 타 본다고 득달같이 달려 갑니다. "환영합.. 2011. 8. 18.
니코, 니코 삐로스마니, 너의 장미는 어디서 났는가? 간판장이 니코, 니코 삐로스마니는 가난한 간판장이었다. 1800년대 말. 그루지아에 살던 니코는 마르가리타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사랑에 빠진 니코는 이기적이고 잘나가는 그녀를 잡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진다. 니코는 수많은 마차를 빌려 마르가리타의 집과 정원에 장미꽃을 채워놓기 시작한다. 니코는 자신의 집과 그림, 가재도구를 몽땅 팔아 그녀의 집앞 한가득 꽃으로 채워 자신의 사랑을 증명한다. 마르가리타가 나왔을 때 집과 정원이 온통 장미로 덮힌 것을 보았고 그녀는 결국 니코에게 키스하며 결혼하기로 한다. 그리고 마르가리타는 가난뱅이 니코를 버리고 재벌과 재혼한다. 그는 1918년 5월 5일 죽기 좋은 어린이날 죽었고 니코의 사랑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그를 기리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이 슬픈 사연의 노.. 2011. 8. 17.
(스크롤 주의) 캠핑장비 적재 팁(스포티지R) 작년, 스포티지R을 처음 구입했을 때, 네, 캠핑은 다른나라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왜, 편히 갈 수 있는 콘도, 호텔, 펜션을 놔두고 짐고생, 몸고생, 돈낭비 하면서 저리 바리바리 싸가며 나가나 싶었죠.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안식을 취하는 자가 어찌 자연이 주는 고즈넉함과 여유를 알 수 있었겠습니까? 지금은 콘도? 호텔? 펜션? 가더라도 마당에 텐트치고 싶어 죽겠는 인간으로 바뀌었습니다. 후. 각설하고 캠핑하다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두가지 복병이 있습니다. 다들 겪으시는 지름신이 그 하나고 나머지는 지름신의 후폭풍 적재인데요. 루프가 낮게 떨어져 가뜩이나 적재에 어려움이 많은 스포티지로 짐 싣고 다닐라니 애로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고생도 좀 많이 했었지요. 머리 올리고 하드.. 2011. 8. 2.
자장면을 먹는다는 건 짬뽕의 그리움을 먹는 것이다.(나는 가수다 보며) (소주 두 병, 맥주 피티 하나 먹고 쓰는 주정이니 혹시 욕, 편견, 억지에 불편하신 분들은 미리 백스페이스 눌러주세요.) 1. 최악의 아이디어는 짬짜면이었지. 꿈을 현실로 만드는 건 잔인한 행위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사례다. 어느 날, 세상의 반을 갖게 된 거지가 나머지 반을 갖고 싶어 죽었다는 이야기는 이루어진 꿈에 대한 욕망의 끝도없음을 보여준 사례잖아. 결국, 소비는 포장을 뜯는 순간 새로운 소비를 창조하는 것이고 자본은 그 인간의 속성을 잔인하게 파헤친 마약 같은 거라는 거. 우리는 겪어서 알잖아. 스포츠카에 대한 소비가 그 것을 사면 마치 말리부 해변에 8등신 미녀가 옆에 탈듯한 환각에 사는 무모한 행동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고 지펠 냉장고를 사면 사시사철 싱싱한 과일이 육즙 터져나갈 듯한 .. 2011.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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