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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딴생각

도올 선생의 인문학 강의 5강을 마치고...

마지막 김현 선생(조선왕조실록 DB 구축을 진행하셨던 양반)께서 불려나가 말씀하시는데 전율이 왔다.

"4단이 이발이고 7정이 기발이라고 나뉘는 거 억지 맞습니다. 퇴계 선생이 그럴 모를리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당시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지배해온 불교를 버리고 새로운 통치이념으로 가져온 유교가 그리고 주자학에게는 아주 큰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요. 모든 사물을 음과 양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그러한 이분법적인 사고틀 내에서는 인간의 본연적이고 도덕적인 특성이, 절대선으로 남아있어야 할 신념 같은 것이 없었다는 것이죠. 나중에 이는 중국에서 양명학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퇴계는 4단과 7정을 리발, 기발로 나누면서 리를 통한 절대적 가치에 대한 믿음을, 인간 근원적인 절대적인 선, 절대적인 가치(요건 내가 들은 맥락에서 이해한 것)를 무리하게서라도 이해하고 찾아보려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면이 퇴계의 위대한 점입니다."

기고봉과 퇴계의 깊이를 내 수준에서 감당할 수는 없었으나 김현선생의 말씀에서 퇴계의 인간에 대한 사랑이 우리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칠게 설명하자면
도올선생이 퇴계의 이기론을 주자학의 잘못된 이해의 관점에서 보셨다면
패널로 나오신 두 분은 기고봉의 4단7정의 정리 자체는 너무 심플하며 표상적인 논리라는 입장이었고
김현선생은 그걸 퇴계의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나오는 이해의 관점에서 풀어주신 거다.

대한민국 지성사에 이런 분들이 아직도 건재하시다는 실재를 발견한 경이로움은 감동 그 이상이었다.

다음 강연은 1월 18일. 7시. 한시에 대한 독설 향연을 펼치신다고 하니 이 또한 기대 안할 수 있겠나.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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