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영화의 딴생각53 불편한 과잉의 추억, 주홍글씨 쉬리 이후의 한석규는 영 불편하다. 당대의 배우소리 듣던 그에게 관객의 기대감은 과거의 영광속에서 그를 옭죌 뿐이다. 올가미는 몸부림칠수록 죄어온다. 그에게서 다시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캐릭터는 각인되었고 에너지는 낭비된 감이 없지 않다. 하다못해 커피광고만 좀 줄였어도 과거의 잔상을 좀 덜 수 있을텐데... 돈이란게 그래서 무섭다. 돌아가서, 정직하지 못한 영화 외적인 문제를 하나 더 짚어보자. "주홍글씨"는 스릴러, 로맨스 영화로 강조되었다. 거기서 김 빠진다. 이 영화 치정극이다. 치정극인데 선명하게 날이 선 외형적 장치를 갖는 치정극이 아니라 인물간의 대화와 몇몇 설정만으로 또아리 틀어나가는 심리극에 가깝다. 여기서 스릴러 영화를 기대했던 일반 관객은 똥씹은 표정으로.. 2004. 11. 1.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루시(드류배리모어)는 좋겠다. 그녀는 매일 새로운 사랑에 눈뜨는 행복한 단기기억상실증 환자이므로...(첫키스만 50번째) 또, 수진(손예진)은 어떤가? 인생의 3대불치병이라 일컷는 무좀, 변비, 치질의 3대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닌 삶을 살아가지 않는가? 지루해질만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잊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축복이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그럼....난...내 머리속의 지우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있지...씨바.....바로 밑에....(사진은 펌) 가을은 역시 쏘주의 계절이고 그래서 내 엠에센 아이디는 얼마전부터 "Would you like a glass of soju? It's fool"이다. Glass는 역시 남자의 로망이 식지 않아서일까? 2004. 11. 1. 너무나 분명한 치환의 고통 I'm Not Scared(Io Non Ho Paura 2003) 민방위 모자를 눌러 쓴 아버지는 좀 열정적이었다. 적기의 야간폭격에 대비한 민방위 훈련이었다. 빛은 절대 새어나가선 안됐다. 적기는 그 불빛을 타겟삼아 폭탄을 투하할 것이고 아버지는 안방 커튼이 제대로 안쳐져 있다고 문밖에서 안달이셨다. 이듬해 봄은 어수선했다. 광주에선 빨갱이들이 도시를 뒤숭숭하게 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재운 후에야 마루에서 혹은 안방에서 두런두런 거렸다. 마루에서 작은방으로 새어나오는 불빛 때문에 새벽녘 요의를 참느라 난 두 번이나 8살을 먹고도 오줌싸개라는 오명을 얻을 뻔 했다. 이상하게도 그런 두런두런한 밤에는 내가 잠을 깨서는 안될 지령을 받은 듯 했다. ."> 장충체육관에서는 새로운 대통령이 허겁지겁 당선되었지만 누구도 쉬쉬할 뿐 말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택시 .. 2004. 10. 21. 뉴폴리스스토리를 보다 김형곤이 생각났다 성룡은 추석의 키워드였다. 설날처럼 세뱃돈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성룡이 있었기에 만족했던 시절이 있었다. 진짜 아파하고 진짜 웃기고 진짜 멋지고 진짜 날라다녔던 성룡이었다. 요컨대 13살의 입에서 나온 '진짜'는 최상급 형용사였고 성룡의 연기는 여타 다른 잡다한 형용사 따위가 나불거릴 수 없는 영역에 속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헐리웃은 턱시도, 80일간의 세계일주, 메달리온을 통해 우리에게서 성룡을 앗아갔다. 우리가 원하던 성룡은 거기 없었다. 성룡은 장끌로드 반담이나 아놀드슈왈츠네거가 아니었음에도 헐리웃은 성룡이라는 전무후무할 재료를 CG와 아크로바트를 통해 망쳐버렸다. 참, 깔끔하게도 말아먹었다. 이젠 더이상 성룡을 기대하지도 않고 추석을 지낸다. 그냥, 돈 버는 자 티 내느라고 선물 사고 그.. 2004. 10. 19. 미디어게이트 MG-100 사다. 문화가 권력이 되는건 용납하지 않겠다. 그래서 난 영화를 다운받아 본다. 아주 비겁하다. 방화는 안보고 외화만 그러겠다고? 그래서 아까운 외화낭비안하겠다는 군사정권식 사고방식으로 변명하기에는 시대가 변했다. 돈 만원으로 보아를 만든다는 공익광고에 흔들리는 건 아니다. 영화로, 음악으로 먹고 사는 이땅의 피지배계급에게 미안하다. 나와 같은 노동자의 정당한 벌이가 자본가에게 한번, 그리고 나같은 도둑 문화향유자에게 한번 두번 강탈당하는게 미안하다. 그래도 난 절박하다. 프루나에 가면 돈주고 보기 아까운 영화들이 수만편 싸여있다.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비디오 빌리러 갈 300미터가 귀찮은 마당에 이건 악마의 속삭임이고 귀신의 농간이고 멜뀌아데스의 죽었다가 살아온 이유이고 일주일째 변비인 서초구 방배본동 .. 2004. 9. 24. 닝닝하고 상큼한 터미널 그랬다. 내가 허진호를 좋아했던 건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보여준 헛헛함. 또 봄날은 간다에서 보여준 담담함 같은거다. 감상의 절대역치를 맛보는 느낌은 '아무리 똥고에 낀 털 때문이라지만 똥의 잔상이 수도 없는 휴지질을 해도 그 이물감을 지울 수 없는 것'처럼 아주 작고 소소하지만 그 소소함에 비할 데 없는 이물감, 그런거다. 스필버그는 단연코 헛헛한 영화를 만들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그 필모그라피를 봐도 구성을 봐도 그가 주로쓰는 차용의 플롯을 봐도 그는 정말 어떻해든 결단을 내어야하는 감독이었다. AI의 사족,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인과, 쉰들러리스트의 뜬금없는 감상, 어찌나 절절한지 라이언 일병을 구하는 밀러대위의 해설, 이는 마치 조폭 영화든 개그 영화든 에로 영화든 마지막은 꼭 감동의 도가니탕을 .. 2004. 8. 19. 소외받은 성장드라마의 걸작 두근두근 체인지. 3개월전 일요일 오후 1시에서 5시는 공중파를 외면하는 시간이었다. 쓸데없는 드라마들의 재탕, 이제는 시들해진 프로야구, 축구중계 일요일 오후는 모쪼록 나가지 않으면 지루한 시간으로 기억될 뿐이었다. 나에게 일요일 오후가 극적으로 반전 된 건 3개월 전 부터였다. 두근두근 체인지 때문이다. 모두, 슬기, 미미 이 못나고 깜찍한 세 친구들의 냉냉한 세상 경험기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아프고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였다. 어려운 형편에도 꿋꿋한 미미에게는 파리의 연인이나 황태자의 첫사랑에 나오는 유리, 정은의 미모가 없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미시의 전형처럼 나오는 금보라를 엄마로 둔 모두는 엄마에겐 애물단지다. 엄마 친구를 만날 때 금보라는 모두를 숨기며 이렇게 이야기 한다. "얘가 약을 잘못 먹어서 부었어.. 2004. 8. 8. 광주영화제. 특별전에 실망하다. 두달전인가 신청한 광주영화제 프레스 카드 메일이 도착했다. 특별전 목록도 확정되었단다. 김염 회고전 : 흠...누구야? 조선인 중국 영화배우? 패스....관심없다. 시네마스코프 특별전 : 실물보다 큰(제목부터 졸리겠어...), 서부의 사나이(이거 마카로니 웨스턴이야? 제발 그러길...), 엑소더스....(씨발...이거 영광의 탈출 아니야? 봄가을 비수기 토요명화 땜빵용으로 무지하게 나왔던거잖아..), 석양의 무법자(꺄오! 이런게 와야지...) 미치광이 삐에로, 맨하탄, 괴담(패스! 패스! 패스....아무리 공짜로 보여줘도 안졸고 볼 자신이 없다.) 장 마리 스트라우브 & 다니엘 위예 회고전 : 졸라 죄송하지만...뉘신지... 마스무라 야스조 회고전 : 60년대 신파와 똥끼마이로 가득한 일본 특유의 가오영.. 2004. 7. 29. 슈렉2 캐릭터가 빚어낸 오페라급 촌극의 절정 마이크 마이어스는 슈렉을 위해 태어난 인간이다. 아니, 모조와 슈렉을 위해 태어났다고 하자. 동키는 에디머피를 염두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캐릭터이다. 아아...반데라스....그 눈동자. 눈빛으로 가오의 반을 잡던 그가 눈동자만으로 거부할 수 없는 또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줬을 때 포복절도의 한계를 여실히 증명해주지 않았나? 기실, 꿈이란 희망을 이야기할 때 쓰는거 맞다. 그런데 터무니 없는 꿈. 백마탄 왕자가 필수에 독사과를 먹든지, 계모가 있어야 한다던지, 잠만 퍼질러 잔다든지, 백조로 변해있다던지, 머리가 길다던지 하는 옵션은 희망을 망상으로 환원시키는 독소조항이다. 슈렉은 그런면에서 건강하며, 무엇보다도 계문강목과속종을 초월한 사랑(이를테면 포유류인 당나귀와 조류(혹자는 파충류라고도 하는)와 용과.. 2004. 7. 5. 이전 1 2 3 4 5 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