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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딴생각53

벼멸구 같은 인생의 봄날, 쿵프허슬 과거의 비루한 기억들이 고개를 쳐드는 날이 있다. 내친구 준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그 해. 생일주에 겨워 성동구민회관 앞마당에서 의경이 지나가는 것조차 무시하며 똥을 쌌던 1992년의 가을이 그러한 기억이고 우리 아버지는 4번째 부도를 통해 전면적인 사회활동 유보라는 가족들의 강압적 요구를 수용해야 했던 1985년의 봄이 그러한 기억이며 나는 1988년 가을의 도색 만화를 그리다 담임선생님께 걸려서 교무실 복도에 나의 그림과 같이 네시간 동안 벌서야 했던(내 중학교는 남녀병학이었다) 아픈 기억이 그것이다. 주성치가 진짜 웃긴 이유는 그 황망한 상상력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황망한 상상력으로 친다면 저 1984년 작 “이영하의 투명인간”을 필두로 예전에 Dj.han님이 고발하신 “북두신권” 한국판을 비.. 2005. 1. 24.
대신 싸줄 수 없는 똥, 내셔널 트래져 대신 싸줄 수 없는 똥, 내셔널 트래져 1987년도 가을은, 고추가 거뭇 거리기 시작하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아카데미 과학사에서 나온 bb탄(콜트 45구경)이 모든 장난의 대세였으며 육사의 대권은 영원할 것만 같았고 폐품을 수집해 학생 의료보험비를 충당하는 웃지못할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시행되는 시기였다. “옆 학교 애들은 내년 올림픽을 대비해 가을볕에 뒹구느라 두 명이 뒈졌다더라“라는 휑휑한 소문이 도는 해였으며 무엇보다 잊지 못할 괴소문은 볼펜을 양손에 끼고 분신사바를 외우면 머리위로 귀신이 나온다는 것, 또 새벽에 혼자서 분신사바를 하면 천원짜리 도산서원 뒤뜰에서 머슴이 하나 튀어나온다는 지금에 와서는 기도안찰 소문이 왕왕 열네살 머릿속을 뒤엉클어 놓던 시절이었다. 아주 이상하게도 초등학교 이순신 .. 2005. 1. 18.
(ㅠ,.ㅠ 지워져서 재포스팅)인크레더블, 좋지만 비아냥거리고 싶은 맨!『스쿨 오브 락』의 잭 블랙 옹께옵서 그리 저항하려 했던 매엔! 우린 미디어에 비해서 늘 부질 없는 존재다. 우리가 미디어에 등장할 때는 늘 '국도를 달리던 버스와 24톤 트럭이 충돌해 사망18명 부상 27명'에 일부가 될 때, 혹 운이 좋으면 능력없는 애비의 비애가 절절한 '아빠의 도전' 따위에서 말도 안되는 곤봉 돌리기 단 1회로 '그나마 능력있는 애비'가 되거나 아니면 '그것조차 못하는 무능력한 아빠'에 줄타기 때. 혹 운이 더 좋다면 연말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돈 만원 자선냄비에 넣을 때 느닷없는 카메라에 선건 맞으며 별 생각도 해본적 없는 '불우청소년의 미래' 따위를 읊어줄 때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그래, 도대체 얼마를 벌어오라는 거냐?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가뜩.. 2004. 12. 21.
[공고] 비영리 영화 웹진 0jin0.com을 소개합니다. 딴지일보 영화팀 비상근 기자(딴지일보에 상근하지 않고 다만 자신들의 기사를 기고하는 사람들)들이 비영리 웹진 www.0jin0.com을 12월 3일 창간하게 되었습니다. 기존 매체들의 영화비평이 곧 수익과 직결되는 현재의 시장환경에서 10여명의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만든 웹진입니다. 그 누구의 협찬도 없이,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우리가 알아서 만든거라 조금 어설프고 설렁설렁 할 수 있겠습니다만 다들 없는 시간 쪼개가며 월요일마다 모여 편집회의 하고 격렬하게 토론해가며 만든 웹진이기에 우리 영진공 일동은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영화는 감동을 팔아먹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사람을 이야기해 감동을 팔아먹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느 무엇보다 영화의 평가는 주.. 2004. 12. 2.
놓아라, 다 놓아라. 꽃피는 봄은 어차피 오지 않더냐? 『꽃피는 봄이 오면』 그러니까 25년이나 지난 오래된 이야기다. 나는 일곱살이었고 은퇴하신 할머니는 할 일이 없으셨다. 아버지는 부지런히 세 번째 사업 실패를 준비 중이었고 어머니는 아파트 상가에 아동복 점포를 알아보러 분주하였으며 밤이면 두분의 싸움이 잦았다. 낮은 길었다. 7살의 낮은 하루의 전부였으며 시간은 사각사각 지나갔다. 7살 세상은 홍옥 같이 사각사각했다. 어른들이야 어쩌건.... 저녁이 되어 집에 들어오면 할머니는 손수 손주의 양말의 벗겨주시며 손을 씻으라 하셨고 얼굴을 씻으라 하셨으며 그 물을 버리지 않고 내 발을 손수 씻겨주시는데 쓰셨다. 뽀득뽀득 꼭 발은 닦아 주셨다. 난 발정도는 씻을 수 있는 7살이었다. 발을 누가 씻겨주는 것. 참 기분좋은 일임을 그 때 알았다. 내가 교회를 가기로 마음 먹은 것도 그.. 2004. 11. 26.
씨발 햄버거가 무슨죄야! 자본이 죄지! 『슈퍼사이즈미』 사변, 일단, "모건 스퍼록"의 여자친구 "알렉산드라 제미슨"이 자신의 남자친구가 십몇일째 맥도날드 다이어트를 하면서 섹스 트러블이 생긴다며 불평했을 때 난 엄청나게 슬펐다. 그녀는 딱 내 이상형이 아닌가? OTL ㅠ,.ㅠ;;;; '한달간 김치찌게와 밥만 먹을 때에도 우리 몸의 염분농도는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다. 골고루 먹지 않는 음식이야말로 최대의 독약인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라는 생각을 보호막으로 삼고 하루 한갑의 거북선과 반통의 하루방(국내산 파이프 담배)을 피워대시던 할아버님이 82세까지 사셨던 사실을 상기하며, 마지막으로 마라톤 연습을 하시던 중 돌아가신 막내 사촌형님에 대한 사망원인을 "결국 우리 유전자는 운동을 하면 안돼....더군다나 조선일보 기자였으니 우리 유전자에서는 조선일보와 운동.. 2004. 11. 25.
진부하되 웃기는데 성공한 개그의 제왕 [피구의 제왕](원제 : Dodgeball) 코미디 영화가 웃기면 그만인 것이다. 좀처럼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 에어플레인, 폴리스 아카데미, 총알탄 사나이, 덤앤더머의 슬랩스틱 개그는 심상의 복잡한 광경을 제로베이스로 만들어주는 일등 공신감이다. 최근에는 우울할때면 찾아보는게 러브액츄얼리(최근 15번 정도 봤으니 요즘 꽤나 우울한가보다)로 바뀌었으나 그 전에는 단연 총알탄 사나이와 에어플레인이 톱랭크 되어 있었다. 슬랩스틱. 우리나라에서는 슬랩스틱=저질=심형래=(나아가서는)영구 시리즈의 이상한 공식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웃긴걸 어쩌라구? 웃긴게 죄야? 넘어지는게 유치해? 늘상 코미디를 영화의 하위분류가 아닌 저질의 하위분류로 놓고 이야기하는 몇몇 지인들의 머리통을 캔뚜껑으로 따주고 싶을 때 나는 또 우울해진다. 도대체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2004. 11. 18.
박민규식 후회의 역설. 나비효과, Director's Cut 스포일러 듬뿍!!!!!!(영화보실뿐은 일독 금지) 뒤돌아 생각해보면 인생의 고비고비 갈림길마다 어디 한 곳 디뎌 똥물 아닌데가 없었을까? 맞다. 절절한 똥물에 우린 늘 좀 더 나은곳을 바라보고 후회하고 절망하고 도전하면서 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박민규가 절규했던 "프로"의 도전정신으로 발버둥을 쳐 대고 있었다. 아뿔사, 저런, 니미, 조또, 씨발, 젠장, 우라질 따위의 조건부 감탄사를 연발하며(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거의확정적조건부 감탄사) 인생의 갈림길에 대한 후회를 해내고야 말지 않았던가? 우리의 근엄한 대한교과서, 지령1호는 바둑아 놀자, 영희야 놀자 였건만 이 땅 어디에 한뛔기 놀만한 땅 한번 있던적 있더냐? [1]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자본주의의 노동갈취 공식인.. 2004. 11. 12.
비포선라이즈, 그리고 비포선셋, 아직도 유효한 원나잇의 필독교과서 비포선라이즈가 보여준 '낮선여자 원나잇 스탠드 공략집'은 9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물론, 떡진머리에 정체불분명한 지역정서란 핸디캡을 와꾸만으로 몸빵하는 수준의 외모라는 걸림돌이 있긴 하다만... 비포선셋이 나온 이후, 9년전 비포선라이즈의 이상포장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원래 느끼해서 안봤었네, 시간이 없었네, 유치한 사랑싸움에 낄 수준이 아니었네 등등등.... 블코나 테터툴즈에 포스팅되는 글들은 거의 과거에는 어땠네~식의 회상조를 (엄밀하게 얘기해서 과거형 어미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후렴구로 차용하는 법률이라도 새웠나보다. 사실, 비포선라이즈의 가장 큰 공감은 제시의 작업롤에서 기인한다. 셀린느에게 첫작업구라를 떠올려보라! 앞자리 싸우는 부부에 심란해하는 셀린느와 공통의 정서를 부추기.. 2004.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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