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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딴생각

연애

by 그럴껄 2009.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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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안에 보인 책은 ‘연애 컨설팅’이었다.


“이 병신아. 니가 안되는 이유를 알려줄까? 쓰레기를 달고 다녀서 그래.”

책을 빼앗아 닭갈비 뱉고 있던 통에 넣었다.

“형, 다 못읽었어.”

다 못 읽은게 다행이다. “이 벼멸구만도 못한놈아. 여자 꼬시고 싶으면 이런거 말고 네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어. 하다못해 훈요십조만 외워도 여자는 넘어온다니까.”

“형, 그런 게 어딨어.”
“허, 못 믿네, 여보, 내가 당신 뭘로 꼬셨어.”

듣고 있던 아내가 대답한다.

“훈요십조!”

부창부수. 환상의 복식조.

“인생은 뭐라고 생각하냐?”
“뜬금없잖아.”
“정답”
“뭔 소리야?”
“여보, 인생이 뭐지?”
“뜬금없는 거”

브라보.
사람을 바보로 만들 때 필요한 건 딱 하나, 동조해주는 사람.

“사람이 사람한테 왜 끌리는 줄 알아?”
“돈? 매너? 외모?”
“지랄을 하세요.”
“그럼?”
“부족한 것.”
“응?”

“똥이 마려우면 똥을 싸고, 목이 마르면 물마시고, 배고프면 밥을 먹잖아. 네가 신봉해야 할 것은 사회생물학이야. 레이디경향스러운 혈액형에 목매지 말고 병신아. 일본에서 근거없이 만든 혈액형 테스트 같은건 귀에걸면 귀걸이 꼬추에 걸면 파워링 같은 거야. 니 집에 대추있지? 없어? 있으면 큰일 날 뻔 했어 같은 소린라고.”
“그거 구라야?”
“혈액형이 인성에 영향을 주는 논문 한쪼가리라도 본적 있냐? 병원에서 그걸로 진단하는 거 봤어? 심리학자가 너한테 혈액형 물어봐?”
“음...”
“그걸 뭐라고 하는지 알아? 바넘효과라고 해. 니 혈액형이 뭔지는 모르지만 너에 대해선 이렇게 써있지 않아? ‘당신은 남들이 볼 때 외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사실은 내성적인 면이 강합니다.’”

“어! 형 나 진짜 그래.”
“후, 병신. 인간은 누구나 그래.”
“진짜?”

“너 같은 놈들이 항상 삽질을 하지. 졸라 달콤한 말을 하면 여자가 넘어올 거라 믿지. ‘저, 아가씨. 저랑 경찰서를 좀 같이 가주셔야겠는데요. 당신이 제 마음을 훔쳐갔어요.’ 같은 같잖은 저급 유희 말이야. 이거 넘어가는 애는 딱 두종류야. 아이큐가 80이 안되거나. 초등학교 5학년 이하거나. 이거 되는 애들은 우리나라에 딱 두명 있어. 원빈, 장동건. 니 위치는 어디에 있는 줄 알아? 장동건에서 배영만까지 나래비를 주욱 세우면 중간 조금 밑에 있을거야. 니가 보는 저 책은 딱 그수준에서 벗어나는 게 없어. 정답이 없는 걸 정답처럼 보이게 하는 바넘효과로 가득한 책이야.”

“시발. 그래서 나 어떻게 하면 되는데?”
“답이 없다니까. 일단 공략할 대상이 있어야지.”
“그 다음엔?”
“걔가 부족한 게 뭔지 찾아봐.”
“재산? 학벌? 이런거?”
“넌, 답이 없다. 니가 그걸 월등하게 이길 재산도 학벌도 없잖아. 그런거 말고도 많아.”
“가령?”
“그녀보다 잘하는 모든 것이 너의 무기다.”
“시발, 발냄새? 코골이?”
“훌륭한데. 술이나 먹자. 넌 평생 여자가 없을거야.”

말이 없는 술자리가 계속 되었다.

“형, 나 오락은 잘하잖아.”
“응?”
“스트리트 파이트 같은거.”
“일단 스트리트파이터에 관심 있으면서 복합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여자를 찾아볼까?”
“형,”
“응?”
“안될거야, 난”
“... ...”



“준아.”

“응?”




“시발, 너 외발자전거 동호회 들래?”


준이의 눈이 반짝 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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