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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딴생각

그해 겨울






바람이 불었다.

네대째 피는 담배는 입에 썼다.

맞은편에 앉은 친구의 어깨는 계속 들썩거렸다.

"가는 사람은 가는 거다. 뭘 해도 잡을 수 없는 거다."
"... ..."
"여자가 그년 밖에 없냐. 이 개새끼야"
"... ..."

여섯병 째 소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세상은 둘로 쪼개졌다.
아스팔트가 춤을 추는데 몸이 가눠지지 않았다.

그를 업고 인사동을 가로질러 현대 계동 사옥을 나올 때까지 그는 위를 게워내 실연을 토해냈다.

고갈비와 막걸리와 소주와 파전과 김치와 동태찌게를 먹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건 쓰디쓴 20대의 피고름이었다.

엎다가 지쳐 스페이스 잔디밭에 벌렁 누웠다.

새벽의 바람은 찼고 3주뒤 그가 그리워하던 여자는 그렇게도 어린 나이에 갑상선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전화가 온건 방금전.

"나 결혼한다."
"개새끼"
"너 결혼할 때 10만원 넣었다. 8년 됐으니 이자 생각해라."
"그래"


침묵이 무거웠다.

 


"근데, 나 말이다.................. 아직, 못 잊었다."

"개새끼야, 나도 못잊는 걸 니가 어떻게 잊냐, 근데 그거 그냥 지고 사는거지. 이새끼야."

 


메일로 청첩장을 넣어준다고 했다.

사는 건 무엇 하나를 버리게 강요한다. 낙타의 등이 부러지는 건 언제나 마지막 한 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