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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딴생각

당신이 잠든 사이에

"효주?"
"네"

누워있는 내게 그녀가 살포시 다가왔다.
귓말을 재잘거렸다.

"하지마, 간지러워."
"싫어하지 않는걸?"
"그래도 하지마, 나 마누라 있어."
"훗."

그녀의 머리에서 과일향이 났다.

시발, 내 머리 냄새는 맡지 말길. 니조랄 쓴게 걸릴까 심장이 콩닥거렸다.

그녀가 내쪽으로 허리를 굽히자 하얀 폴로티 사이로 배꼽이 보였다.

'좋은 산부인과 다녔구나.'

배꼽이 앙증맞게 1자로 빠져있다.

그리고 원만하게 잡혀있는 복근.

아,

아... 자꾸... 귀를 귀를...

그녀는 내 귀에 자꾸 바람을 넣다가...


"찍!" 하고 이빨 사이로 침을 뱉었다.

다 큰 아름다운 처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버릇이었다.

과일향의 머리를 내 얼굴에 간지르며 다가오다가도

"찍~!"

내 무릎에 앉아 이야기 하다가도

"찍~!"

하지마, 하지마, 없어보여, 불결해보여, 더러워.... 속으로 참다가 그만 외치고 말았다.

"아, 시발. 거 좀 더럽게!!"





.......... 라고 외치자, 밖에서 누가 문을 두드렸다.

"차피디님? 왜그래요? 뭐 있어요?"

불을켜며 들어온건 녹음기사 상연이었다.

"어, 시발, 꿈이었나봐... 미안..."






믹싱부스 소파에 쪽잠을 자고 있던 소파 바로 위에서는

과일향 자동 방향제가 간헐적으로 "찍~!", "찍~!"하며


내 귓대기에 대고 방향제를 날리고 있었다.




2008년 10월 31일.  앗, 시발 꿈이었던 이야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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