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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딴생각

황홀한 3주를 준 대표팀에게 감사 드립니다.


2002년은 기적이었습니다.

흙바닥에서 공을 차고
슬라이딩만 하면 화상을 입는 효창구장에서 시합을 하던 선수들이
월드컵 4강이라니요?

말 그대로 기적이었습니다.

16강에서 설기현이 동점골을 넣고 표효하던 때,
안정환이 결승골을 넣고 기절했을 때,

아, 홍명보가 처음 화면에서 이빨을 보이며 웃었던 마지막 승부차기...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우리는 강했습니다.

똑같은 감동을 작년 베이징에서 경험했지요.
아, 쿠바와의 결승전이 TV드라마였다면 승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이야기라고 사람들은 손가락질 했을 겁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박찬호, 이승엽, 박진만이 줄줄이 빠진 대표팀, 다리마저 불편한 노감독이 이끄는 별볼일 없는 대표팀이 준우승까지 했습니다.

왕첸밍이 예선경기에서 한국전에 나오면 결선에 오르기는 힘들 전력이라고 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한 건 이승엽, 박찬호가 정신력/전력의 5할이었다, 이제 한국 야구는 원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보다도 작은 50개의 고교야구팀,
돔구장 하나 없는 인프라,
한국 야구의 자존심이라는 잠실구장에는 올해서야 제대로 된 원정팀 라커룸이 생겼습니다.

도대체 뭐 하나 내세울 수 있는 게 없는 이 척박한 현실에서 우리 대표팀이 만든 건 정말 기적이었습니다.

소녀시대 태연이가 "삼촌뻘이지만 껄님을 사랑해요"라고 고백한다고 해도
원더걸스 소희가 "결혼하신 건 알지만 첩으로라도 가고 싶어요."라고 애원한다 해도
손담비가 제 앞에서 의자춤을 추며 "한번만 안아주세요~"라고 애교를 부린다 해도

이번 3주만큼 황홀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아쉽냐구요?

아쉽죠. 정말 아쉽습니다.
앞으로 더 게임이 없다는 것과 앞으로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게 아쉽지 진건 정말 하나도 안아쉽습니다.

그만큼 해준게 어딘가요?

눈물이 다 납디다.

9회 이범호의 동점타 때, 심장은 이미 터졌고 모든 희열을 다 맛봤습니다.

임창룡 선수가 아깝게 역전타를 맞긴 했지만 얼마나 훌륭하게 던졌습니까?

아, 이제 무슨 즐거움으로 살까요?

덧. 우리의 꼴쥐는 용큐의 활약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덧2. 아 ㅠ,.ㅠ;; 오늘 잠실 치어 누나들 복장이 너무 예술이었......

짤방은 어디서 줏어왔슴. 문제되면 자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