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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딴생각

[사과문]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요?

조금전 집에 들어왔습니다.
거나하게 한잔하고 집에 들어오니 걱정스런 얼굴로 마눌신이 저한테 묻습니다.

"여보, 어제 받은 **님 조립식 비싼건가?"
"그걸 말이라고 하나? 완전 도색에 탄피자국까지 봐라. 저건 내가 할수 없는 영역의 작품을 준거다"
"그럼 비싼건가?"
"나는 예술을 돈으로 환산하는 자본주의 근성을 제일 싫어한다. 이육사나 황지우, 이문재, 기형도의 시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나?"
"이건 조립식인데 왠 신가?"
"그만큼 고뇌와 노력의 산물이란 뜻이다."
"그런가?"
"근데 왜?"
이걸 한번 봐라....

뭐, 어제 주셨을 때도 손은 부러졌잖냐?

그게 아니다, 잘 봐라...

어라? 저 남는 부품은 뭔가?
이거다...
크허허허허허허허~ 이게 뭔가? 백팩 뒤 스커트가 몽창 날라갔잖냐? 내 이놈을!!

어허,,,, 잠시만.... 이거 좀 봐라...


이게 뭔가?
니 아들이 쓴 편지다.....


이게 왠 몬드리안과 맑스 에른스트적 추상화의 결정체인가?

오늘 조립식 망가뜨리고 니 아들이 걱정을 하더라. 아빠한테 혼나겠다고... 아빠가 중요한 거라고 보기만 하고 놀지는 말라 했는데 가지고 놀다 부셨으니 니 아들이 걱정을 하더라. 그래서 그럼 아빠한테 용서를 빌라 했더니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사과의 편지를 쓰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편지랑 봉투를 사줬더니 저렇게 장문의 사과문을 적고 자고 있다.

이래도 화 낼텐가?

..........................................

아, 이거 화 내야 합니까? 아니면 자는 놈 꽉 한번 안아줘야 합니까?
**님은 안습이시겠지만 (물론 저도 처음 선물받은 풀도색작인데 안구에 쓰나미입니다) 화 못내겠습니다.

그냥 아들놈 꽉 한번 안아주고 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