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셔 형아.
낮도깨비 같은 형아야. 풀네임은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션가? 암튼 우리가 쉽게 발음할 수 없는 기이한 이름의 형아지.
오늘은 이 형이랑 좀 놀아보고 싶다. 이 형, 그림이 볼수록 헷갈리거든, 뭐랄까? 25도 쌩진로에 물을 타서 19.8도로 만든 느낌이랄까?
우리는 풀리지 않는 숙제를 하나씩 안고 살아. 횽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지. 정치적으로 올바른 삶. 혹은 중도적인 삶. 넘치거나 모자르거나 하지 않고 적당히 맞춰가는 삶.
2차원에서는 표현가능해도 입체적으로는 디자인되지 않는 삶.
세상의 모든 처세술이 나에게 딱 안 와닿는 이유도 이런 걸거야.
“말로는 가능한데 삶에서 가능하지 않다.”
그런게 가능한 사람은 지구에 딱 세명 봤어.
예수
부처
알라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든 다 얽혀있어.
왜 케븐 베이컨 놀이라고 있잖아. 인간은 6단계 내에서 어떻게든 결부되어 있는 삶을 살잖아. 놀이에 잠시 빠져있어도 소외감 느낄 필요는 없는거야. 내가 너와 노는게 사실 너의 친구와 노는 것이고 너의 친구는 곧 내가 될 수도 있는거니까.
우린 6단계 내에서 어떻게든 알고 지내는 사이니까.
관계를 설정하고 단정짓기 시작하면 자신의 벽 속에서 자신의 기준만으로 사람을 보게 되지.
나도 그런 실수를 너무 많이 하고 살았어. 경찰서에 가면 피의자는 한 명도 없어. 모두 피해자라고 해. 자신의 눈으로 볼 때, 자신은 언제나 피해자인 거야.
자가당착.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슬픈 짓이지.
오프이건 온라인이건 모여서 하는 이야기라고는 룸빵밖에 없는 반골이 사회적 이슈에 있어서는 입으로나마 분연히 일어난다거나
어느 곳에서는 “오, 존나 이쁜 여자 사귀어요”라고 말하면서도 집에 가서는 “암커미” 와 쎅쓰하는 촌극 같은거.
왜그러는 걸까?
형식, 형식이야말로 아주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
형식은 내용을 담는 그릇이거든.
되도록 안과 밖이 다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데 그것이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거슬리기도 하더라고… …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너무나도 미안하고 죄송해. 내 마음의 모난 돌이 아직 덜 다듬어져서라고 생각해.
아는 어르신이 하던 말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밑돌 빼서 윗돌 괴는 게 사는거다’라는 말이야.
난 좀 더 올라가고 있다고 높이 왔다고 하지만 사실, 착각이지. 사람이 평등한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이잖아.
불량한 중년의 나도 댄디해 보이고 가정적인 버디형도 사실, 상피세포 벗겨놓고 보면 똑같은 더러운 타르를 뒤덥고 있는 알량한 영혼인 것은 다를게 없거든.
자신만의 거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
이렇게만 될 뿐이야.
그러므로 난, 먼저 반성해.
내 안의 우물에 오랫동안 놀았어. 모든 사람에게 좀 더 살갑지 못했어. 모두가 즐길 자리를 못 만들었어.
그리고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 안했어.
최소한 솔직하게는 놀려고 노력했어.
비아냥 거리며 인생을 낭비하기 전에
난, 그냥 남에게 비친 거울을 한번 더 봐야겠어.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 놓치기 쉬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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