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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용범이의 첫사랑은 박호순이었다.
그녀는 이름처럼 큰 가슴을 달고 있었다.
친구한테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 생각한 우리는 애써 모른척 했지만
그녀의 가슴으로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컵.
이름을 뒤집으면 순호박, 호박만했다.
몽골의 피를 이어받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사이즈였다.
아마도 몇대 조상을 훑고 올라가면 거문도 사건이나 제너럴 샤먼호 사건과 연관있을 핏줄일거라 조심스럽게 짐작할 뿐이었다.
첫사랑은 늘 그렇듯 실패한다.
용범이가 두번째 만난 사랑은 이름마저도 부르조아틱한 '노란금'양이었다.
아버지가 무슨 생각으로 이름을 지었는지는 몰라도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무남독녀라 동생이 없었다. 노란똥, 노란변, 노란색, 뭐 둘째가 있어도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이름의 존재감에 가려 윤곽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송곳니에 금니를 박아 넣었던 것은 강렬히 남아있다.
용범이의 세번째 사랑은 얼핏 들으면 평범한 이름 '일순'이었다.
한번은 동생과 같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순'이
셋째는 아들이었는 데 '삼식'이라고 했다.
난, 아버님을 한번만 뵙게 해달라고 졸랐다. 사인을 받고 싶었다.
사랑은 늘 그런 것처럼 쉽지 않았다.
결국 용범이는 네번째 사랑만에야 결혼해 골인했는데
결혼한 그녀는 절대로 조용하지 않을 것 같은 이름. 안숙연 여사다.
용범이는 지금 행복하게 금호동에서 잘 살고 있다.
난 딸을 낳으면 이름을 '라리'라 짓기로 했다.
내 본은 연안 '차'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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