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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딴생각

여우계단을 보다

by 그럴껄 200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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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계단은 여고괴담의 세번째 작품.

터미네이터가 그렇고, 에일리언이 그렇고 배트맨이 좀 그렇듯 슈퍼맨에서 아주 여실히 보여주듯 영웅본색에서 끝장을 내듯 레이더스 시리즈 이후에 나는 잘난 3편을 보지 못한거 같다. 각설하고....

대충 짚어보면
우리가 영화에 몰입하는 이유는 바로 '그럴듯함'이다.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내기 위해 복선도 깔고 전개도 풀고 해서 얼개를 만들어 나가는 거다.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대한 것이다. 전통적인 영화기법을 충실히 이행하는 거.... 이거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기존의 기법을 택하기 위해선 반드시 지녀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Something New"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인가가 다르다는 것.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근데....여우계단. 이게 없다. 씨발. 골백번도 더 들은 학교 귀신 이야기 씨나락 푸는데 얘기의 핵심이 없다. 1편에서 보여주었던 참신함도 없고 2편에서 보여준 세밀함도 없다. 시나리오의 문제가 아니라 컷트의 문제고 감독 역량의 문제다. 촬영...요즘 이정도 안나는 때깔없다. 공포? 지난번 세미나에서 안대로 영화는 본질적으로 폭력적이다. 길가는 사람 뒤에서 끼야오~ 소리치며 등을 치면 안 놀랄 사람 없다. 이야기 속에서 풀려나가는 섬짓함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지만 뻔한 내용에 음향과 컷트바리를 이용해 겁주려는 작태는 씨발 폭력이다. 내가 세미나 도중에 바리님 뒤에서 꺄오~ 이지랄 했으면 난 벌써 923847437828947대쯤 맞고 고대부속병원에 전지 3948792주로 입원해 있을 거다.

암튼...두번째 간다. 두번째 연기력 되겠다.
조안, 여우계단 홈피 가보니까 캐시베이츠의 연기를 했다고 한다. 근데? 조안의 연기력 딱 학예회 수준이다. 학예회에서 1등한 학생의 몸사위 되겠다. 본 우원 그래도 극단짬밥 3년 먹어서 조안의 심정 안다. 딴에는 졸라 몰입해주신거 되겠다. 근데 그녀가 생각하는 연기는 실제 그게 아니다. 관객에게 "나 존재해요!"라고 외치는 자괴감에 다름 아니다. 조안, 넌 진짜 연극을 좀 봐야된다. 처음 진실이 언니 나온 마누라 죽이기에서 최종원의 연기를 봐라.(조안의 연기 외향이 좀 최종원 아저씨랑 닮아서 이 이야기가 갑자기 껴 들었다.) 좀 어색하다. 근데 이상하게도 최종원 아저씨 연기는 어색하면서 힘이 있다. 이게 뭐냐하면 최종원의 힘이다. 연기를 통해 관객의 몰입을 자기가 먹는 스탈이 있고 전체로 뿐빠이 해서 연극 전체에 무게감을 주는 스탈이 있다. 최종원은 후자다. 그의 과거연극 북어대가리(이거 씨발 다시 못볼 명작이다.)에서 무송이 형(전무송 노사연 남편이랑 헷갈리지 마시라)과 보여준 그 아우라가 얼마나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건지 배워야한다. 참고로 최종원의 연기가 화면에서 조금 어색해 보이는 이유는 컷트 문제다. 연극의 기본은 관객과 눈맞춤에 있다. 최종원은 그런 시바이에 천재다. 연극 전체에 시바이를 주어가면서 하는 호흡과 컷트바리로 뚝뚝 끊어먹는 영화는 연기의 근본이 다르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영화의 시바이는 카메라웍과 콘티를 습득해야하는 제약이 있다. 또 하나, 연극은 과장된 몸짓, 악센트가 필수다. 암튼.....조안을 학예회 수준이라고 딱 폄하한 것은 이거다. 씨바.....컷트에 시바이는 안돼요, 것다가 바보연기 수준은 심형래 감성이예요, 미친 이유에 대한 고민은 없어요, 이러니 당췌 학예회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거다. 그렇다고 박한별, 송지효가 잘했냐? 얼굴은 이뻤다.

마지막으로 간만에 핏대를 세운 이유
윤재연 감독......몇안되는 우리나라 여감독 중에 하나다. 나름대로 졸라 더 노력했어야 한다고 본다. 이야기의 얼개는 여고괴담이고, 동성애적 여고생들의 이해관계는 여고괴담 2고 중간중간 촬영장면은 딱 링이다. 이곳저곳에서 열심히 베껴서 한편 만든거....안다...노력이라고 했겠지. 근데 지금 이게 노력이면 HOT 이곳저곳 두음절씩 베껴서 만든 노래도 노력이고 유영진 딴에 잘 모르는 곡 찾아 샘플링 한것도 노력이고 배창호 아저씨 흑수선 찍은 것도 눈물나는 신파의 노력이다.

마지막에 보다가 나뭉님이랑 큰소리로 웃어서 쫌 쪽팔렸다. 마지막 구다리에서 우린 링 보는줄 알았다니까.....

보다 잔 반골님이 허벌 부러웠다.

아...씨발....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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