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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딴생각

첫사랑

by 그럴껄 2007.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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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터앤미디어 연극 티켓 굽신용 포스팅
아, 이러고도 못타면 조낸 쪽팔릴텐데..


 

“남이”는 장군 이름이었다.


“남이”라는 장군 이름 뒤에 섬이 붙는다는 게 말이 되나?

1981년 2분단 맨 뒤에 앉은 나는 내 짝의 어깨를 다시 꼬집으며 재차 물어봤다.


“남이섬이 어딨어? 남이는 장군 이름이잖아”

“진짜 지난주에 엄마, 아빠랑 동석네랑 다녀왔다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그 섬이 남이섬이 아닐거라는 거지”

“아, 정말 맞다니까, 그럼 동석이한테 물어봐”


... 동석이 개새끼, 내 짝이랑 지가 왜 놀러 가느냔 말이다.

9살 영혼이 감당하기 힘든 사실을 부정하는 건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더군다나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웃기지도 않는 섬이름 남이섬 아닌가?


“야, 봐, 제주도, 도지? 오륙도, 도지? 거제도, 도지? 근데 왜 남이섬은 섬이야? 니가 지어낸 이름 맞잖아!!”

“선생님한테 물어봐, 그럼!”


산수 시간에 뜬금없는 질문을 한 대가로 질문의 답 대신 세 대의 매를 번 나는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야, 너 내 짝 아니야?”

“왜”

“놀러 갈거면 나랑 가야지...”

“너, 우리 엄마 아빠 알아?”


지금 같으면 우리 사랑에 왜 부모가 끼냐고 하겠지만 요컨대 나는 9살이었다.


수업시간에 또 떠든다고 세 대 더 맞고 청소를 해야 했다.


내 첫 질투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내 첫사랑은 다음날 짝을 바꿨다.

책상에 줄도 안긋고 지우개도 빌려줬던 그 애가

나 보라고 노란색 동아 대백과 사전을 가지고 온 날.


하교길에 우연히 들었던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가 9살 폐부를 찌르고 있었다.


“사랑은 씨발, 아픈거구나....”


 

사족 : 연극공연 티켓이 탐나서 씁니다. 참조(http://blog.tattermedia.com/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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