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러고도 못타면 조낸 쪽팔릴텐데..
“남이”는 장군 이름이었다.
“남이”라는 장군 이름 뒤에 섬이 붙는다는 게 말이 되나?
1981년 2분단 맨 뒤에 앉은 나는 내 짝의 어깨를 다시 꼬집으며 재차 물어봤다.
“남이섬이 어딨어? 남이는 장군 이름이잖아”
“진짜 지난주에 엄마, 아빠랑 동석네랑 다녀왔다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그 섬이 남이섬이 아닐거라는 거지”
“아, 정말 맞다니까, 그럼 동석이한테 물어봐”
... 동석이 개새끼, 내 짝이랑 지가 왜 놀러 가느냔 말이다.
9살 영혼이 감당하기 힘든 사실을 부정하는 건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더군다나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웃기지도 않는 섬이름 남이섬 아닌가?
“야, 봐, 제주도, 도지? 오륙도, 도지? 거제도, 도지? 근데 왜 남이섬은 섬이야? 니가 지어낸 이름 맞잖아!!”
“선생님한테 물어봐, 그럼!”
산수 시간에 뜬금없는 질문을 한 대가로 질문의 답 대신 세 대의 매를 번 나는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야, 너 내 짝 아니야?”
“왜”
“놀러 갈거면 나랑 가야지...”
“너, 우리 엄마 아빠 알아?”
지금 같으면 우리 사랑에 왜 부모가 끼냐고 하겠지만 요컨대 나는 9살이었다.
수업시간에 또 떠든다고 세 대 더 맞고 청소를 해야 했다.
내 첫 질투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내 첫사랑은 다음날 짝을 바꿨다.
책상에 줄도 안긋고 지우개도 빌려줬던 그 애가
나 보라고 노란색 동아 대백과 사전을 가지고 온 날.
하교길에 우연히 들었던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가 9살 폐부를 찌르고 있었다.
“사랑은 씨발, 아픈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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