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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http://www.ddanzi.com/ddanziilbo/53/53so_3001.html
[집중역사탐구] 구전가요를 파헤쳐 주마
2001.7.16.월요일
딴지 구전 문화유산 복원우원회
인트로
여러 사람(衆人)의 입은 쇠도 녹인다....
이 쉐이가 뜬금없이 또 무슨 헷소리냐며 고개 갸우뚱대는 너덜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갸우뚱댈 것 없다. 이 말, 아 배달민족의 大 역사서이며, 사대주의에 물들대로 물든 유교적 사서 <삼국사기>에 통렬한 똥침을 날린 일연님의 <삼국유사>에 나오는 말 되게따(딴지 역사고증팀은 두 분의 신을 모시고 있으니, 엽기대통령 허경영 어르신과 저 일연님이 그 분들이시다).
단군 할부지의 자랑찬 건국신화와 할머니 무르팍에 머리 기대고 누워 듣던 갖가지 설화들... 그리고 신라시대의 난다긴다 하던 놀새족들이 목이 터져라 부르던 노래들을 기록으로 가득히 실어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주는 아름다운 역사서 삼국유사... 중에서도 이른바 수로부인조(條)에 나오는 것이 바로 저 서두의 말인 거시다.
남편의 임지인 강릉으로 가던 수로부인을 무지막지한 해룡놈이 바닷속으로 잡아가자 수로부인을 구해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머리를 쥐어 짜던 중 나이 지긋한 마을의 원로가 '중인의 입은 쇠도 녹이는 법.....우리 모두가 간절한 원을 담아 노래를 부르면 무지막지한 해룡놈이라도 견디지 못할껄.....'이라고 말하며 그 유명한 '해가'를 불렀던 거 어렴풋이 기억들 나시지 않는가?
내 만약 어기어 (수로부인을) 내놓지 않으면
그물을 넣어 잡아 구워 먹으리...
하던 바로 그 노래 말이다..... 그렇다면 앞 뒤 문맥을 고려해 볼 때 '여러사람의 입은 쇠도 녹일 수 있다'라는 말은 '여러 사람의 노래는 쇠도 녹일 수 있다' 라는 말로 바꾸어 쓸 수 있으리라.
그렇다. 몇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지는 저 노래의 가공할 힘... 그것이 바로 구전가요의 힘이 아니겠는가. 굳이 삼국지위지동이전이나 후한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아 배달민족이 춤과 노래를 즐기며 신명을 내지르는 민족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혹시 의아하신가? 그러시다면 전국을 몇번이나 돌고서도 도무지 끝날 줄을 모르는 전국노래자랑을 보시라).
그래서인지 노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서 종종 억압의 시대에 민중의 한을 달래주는 스뚜레스 해소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던 바 이따. 특히나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그 작자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구전가요는 그러한 민중의 억압된 심리를 불꽃놀이처럼 터뜨려주는 역할을 담당해 주어써따.
그러나..
기록되지 않는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
오호애재라. 본지와 같이 사려깊은 혜안을 가진 누군가가 그 당시 있었더라면 그 멜로디도 전해져 올 것을... 그 가락을 찾을 길 없다고 이제 와서 한탄하면 무엇하리오.
본지의 지난 기사 구전동요를 복원해주마 1편과 2편에 이어 본지의 구전가요 기록 작업은 가열차게 계속될 것이다. 이번에는 저 7,80년대 폭압의 시대의 민중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던 노래들을 재조명한다. 자, 이제 딴지구리 앙상블과 함께 어둠의 시대를 관통하던 구전가요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 보지 않겠는가?
70년대의 절망
- 영자송에서 성냥공장 아가씨까지 -
이제는 전설처럼 아득해진 70년대.....당시 서강대생 박근혜양의 아버지는 스톱을 모르는 막나가는 고도리꾼 처럼 근대화와 산업화를 밀어 붙였고, 그 결과 이 땅은 소수의 재벌과 다수의 -고향을 잃어버린- 도시빈민층을 갖게 되어따(박근혜양은 너무 억울해 할 것 없다. 세상이 다 그런 거시다.).
도시를 가득 채운 불빛 속에서 자신의 빛 하나를 가지지 못했던 민중들은 고향에 가족들을 남겨둔 채 특별시의 한귀퉁이에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지만....특별시에 똬리를 틀고 있는 그 하나만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고향의 가족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어따.
그는 혹은 그녀는, 30촉 백열등 아래에서 지우개로 지울 수 조차 없는 조악한 갱지 위에 자신은 잘나가노라며, 사랑하는 가족들은 나만 믿으면 되노라며 슬픈 큰 소리를 칠 수 밖에 없어떤 거시다......자신을 좀먹는 절망을, 차마 가족에게 전할 수 없어떤 시대의 페이소스 가득찬 송가가 바로 이 영자송 되게따(아래의 가사를 신이 내려주신 목소리 딴지구리 앙상블의 노래와 함께 감상하신다면 눈물 흘리지 않을 분 그 몇일 거신가....).
- 영자송
노랫말
노래 듣기
영자야 내 딸년아
몸 성이 성히 성히 성히 성히 자알 있느냐?
서울에 있는 이 아빠는 사장님이 아니란다
(니미씨팔 가정환경조또)
서울에 있는 이 아빠는 사장님이 아니라서
광화문 하고도 한폭판에서 싹싹닦는 청소부란다.
(니미씨팔 가정환경 조또)
영자야 내 동생아
몸 성히 성히 성히 성히 성히 자알 있느냐?
군대에 있는 이 오빠는 장교가 아니란다.
(니미씨팔 가정환경 조또)
군대에 있는 이 오빠는 장교가 아니라서
38선 하고도 철책선에서 빡빡기는 군바리란다.
(니미씨팔 가정환경 조또)
영자야 내 동생아
몸 성히 성히 성히 성히 자알 있느냐?
서울에 있는 이 언니는 여대생이 아니란다.
(니미씨팔 가정환경 조또)
서울에 있는 이 언니는 여대생이 아니라서
청계천 하고도 지하공장에서 뺑이치는 공순이란다.(니미씨팔 가정환경 조또)
자......눈물을 닦으시라. 글은 끝까지 읽으셔야 하지 않겠나.....
감각있는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3.4조 혹은 변형된 7.5조의 민요조인 영자송은 그의 딸이며 동생인 영자를 향해 절규하듯 자신의 절망스런 현실을 토해내는 노래이다. 동어 반복과 절묘한 댓구법으로 표현된 사장님-청소부, 장교-군바리, 여대생-공순이의 극적인 대조는 그저 잘나가는 것으로만 알고 있던 근대화 조국의 영광이 소수에게만 집중된 것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또한 드러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으리라. 이 노래에 있어 더욱 놀라운 점은 박자를 맞추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인 후렴구에서 마저도 그 강렬한 자조의 풍자가 빛을 발한다는 거시라 할 수 이께따.
아......니미 씨팔 가정환경 조또......
초등학교 시절의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가정환경 조사의 곤혹스러움을 이처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영자송 이외에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부모님 다 계신 사람?'
'피아노 있는 사람?'
'TV있는 사람?'
등등...... 학기초부터 개인의 치부와 실상을 폭로해 버림으로써 계급을 규정지어 버리는 저 가정환경 조사에서 그 당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그 몇이었던가. 치사하게 부모님 학력과 직업까지 공개적으로 물어서 얻고자 하는 게 도대체 뭐였단 말인가......
이처럼 영자송은 짓밟히고 고통받는 대다수 민중들을 향해 그들의 한을 토해내 버리는 절규의 노래로서 사랑을 받아따. 그 시대의 가장 흔한 이름으로서의 영자는 익명성의 다중(多衆)에 다름 아니라 할 수 이께따.
혹, 영자송의 가락이 귀에 익다 싶은 신세대들께선 헷갈리실 꺼 없으시다. 바로 이 영자송을 리메이크한 것이 태진아 君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이니까.
가족들을 위해 전사처럼 고향을 떠난 아버지와, 오빠와, 언니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영자는 자꾸만 야위어만 갔고.....결국 영자도 고향을 떠나기에 이르른다. 하지만 그녀들의 눈앞에 펼쳐진 현기증나는 서울의 풍요는 그녀들 것이 아니어따. 그녀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하루 세 끼 밥조차 힘겨운 공장일 뿐이었으니까.
- 성냥공장 아가씨
노랫말
노래듣기
인천의 성냥공장 성냥공장 아가씨
하루에 한갑 두갑 일년이면 삼백육십갑
치마 밑에 숨겨 놓고 정문을 나서다
치마 밑에 불이 붙어 백보지가 되었네
인천의 성냥공장 아가씨는 백보지
부천의 설탕공장 설탕공장 아가씨
하루에 한포 두포 일년이면 삼백육십포
치마 밑에 숨겨 놓고 정문을 나서다
치마 밑에 봉지 터져 꿀보지가 되었네
부천의 설탕공장 아가씨는 꿀보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민중의 구전가요답게 직설적인 가사와 시대의 아픔을 정곡으로 찌르는 내용이 일품이라 할 <성냥공장 아가씨>는 공장에서 시들어가는 우리의 영자들이 결국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는 암울한 예언을 보여준다(이럴땐 딴지구리 앙상블의 천상에서 내린듯한 목소리가 차라리 원망스럽다. 이 거친 사나이의 두눈에 눈물을 보이게 만들고 마니까.....).
영자송Ⅱ
영자의 손목이 버스간의 손잡이더냐?
이놈도 잡아보고 저놈도 잡아보고 영자는 십팔년
영자의 가슴이 가게집의 쭈쭈바더냐?
이놈도 빨아보고 저놈도 빨아보고 영자는 십팔년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던가? 결국 우리의 영자들은 컨베이어 벨트의 요통을 참지 못하고 어둠의 딸로 전락하고 만다. 그 시대의 그녀들이 순정을 지키지 못했노라고... 몇푼 돈에 정절을 내버렸노라고 돌을 던질 이 누가 있으랴. 본기자, 저절로 나오는 신파조의 대사를 억누를 엄두를 내지 못하는 바이다.
이렇게 영자송으로 대표되는 70년대의 구전가요는 끝간 데 없는 당대의 절망을, 풀길 없는 민중의 속앓이를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도 극명하게 드러내주며 민중의 입 사이를 전전해써따.
기만당한 희망의 시대 80년대
- 메들리와 노가바의 전성시대 -
김재규가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며 다가온 80년의 봄은 단지 서울만의 봄은 아니었다. 그 봄은 단순히 쿠데타를 노리는 데 불과했던 권부(權府) 사나이의 총구에서 온 것이 아니었기에 근본적인 의미에서 민중의 승리였고, 온 대한민국의 봄이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 찬란했던 봄은 태양같은 빛을 대가리로 반사하던 한 무지막지한 사내의 군화에 짓밟히고 말았고, 절망의 깊이는 오히려 박근혜양 아버지의 시대보다도 더 깊어져 버렸다(요새 출판벤처인으로 명성 드높은 전재국군은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한다. 세상이 다 그런 거란 걸 그는 왠지 알고 있을 것만 같다.).
청산될 것 같던 군사문화는 오히려 공고해져 갔고 여성들의 사자머리, 두껍화장과 더불어 사회는 가일층 꼴뵈기 싫어져만 갔다.
- 김일병송
노랫말
노래듣기
소령 중령 대령은 양주 처먹고
소위 중위 대위는 맥주 처먹고
하사 중사 상사는 소주 처먹고
불쌍하다 김일병은 막걸리 처먹고
(예, 예, 예, 예)
소령 중령 대령은 호텔방에서
소위 중위 대위는 여관방에서
하사 중사 상사는 여인숙에서
불쌍하다 김일병은 화장실에서
(예, 예, 예, 예)
소령 중령 대령은 미제콘돔을
소위 중위 대위는 일제콘돔을
하사 중사 상사는 국산콘돔을
불쌍하다 김일병은 쭈쭈바 껍데기
(예, 예, 예, 예)
소령 중령 대령은 아가씨하고
소위 중위 대위는 아줌마하고
하사 중사 상사는 할머니하고
불쌍하다 김일병은 평생딸딸이
점차 확대되어만 가던 빈부의 격차는 민중들에게 이 사회가, 이 세상이 마치 군대마냥 공고한 계급사회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고 이러한 민중의 절망은 김일병이라는 페르소나를 통해 노래속에 투사되기 시작해따. 물론 이 시기에도 영자는 여전히 사랑 받았지만 구전가요의 주인공으로 우리의 김일병 또한 각광받기 시작한 거시다. 어쩌면 김일병은 영자의 오빠거나 가련한 남동생일 수도 있으리라.....
여하튼......이 시기를 전후해 합동수사본부장 전두환 장군은 좃선 찌라시 등의 후광을 받으며 민족의 위대한 영도자로써 전면 등장한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어서 똥누고 다니는 지도 몰랐던 분이 민족의 위대한 영도자로 설쳐대자 민중들의 위장은 역겨움으로 들끓기 시작한다. 도대체 이 문어대가린 어느 하늘에서 떨어졌단 말인가. 그리고 그의 둘도 없는 친구라는 어리버리한 녀석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혹시 80년대를 온몸으로 살아오신 할 일 없고 날카로운 독자께선 이 노래가 등장한 것이 80년대 후반이라며 항변하시겠으나 기전체식의 역사기술 방법상 부득불 초기에 배치했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둣산 동와 대백과를 들추어 기전체....를 찾아 보시는 분, 좋게 말할 때 즉각 중단하시라.).
잠시잠깐의 방심으로 대두되고만 신군부의 80년대가 남긴 상처는 가히 가혹해따. 그건 비단 정치역사적인 거시적인 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으니......이른바 3S정책으로 인한 급격한 성모랄의 몰락은 강간과 인신매매를 급증시켰고, 이러한 우울한 사회풍경은 곧바로 구전가요 속에 반영되기 시작하였으니 이른바 <세상 참 무섭더라>와 <강간송>이 그것이다.
- 세상 참 무섭더라
노랫말
노래듣기
우리 옆집 아저씨 (아저씨)
밤만되면 박는다 (박는다)
오늘밤도 박겠지 (박겠지)
못을 박겠지 못을 박겠지
우리 뒷집 누나 (누나)
밤만되면 빤단다 (빤단다)
오늘밤도 빨겠지 (빨겠지)
빨래 빨겠지 빨래 빨겠지
우리 윗집 큰형님 (큰형님)
밤만되면 싼단다 (싼단다)
오늘밤도 싸겠지 (싸겠지)
가방 싸겠지 가방 싸겠지
(기타.. 우리 아랫집 아줌마 밤만 되면
한다. 설거지 하겠지 등등..)
강간송
목장길 따라 밤길 걷다가 (강간당했네, 강간당했네)
고운님 함께 집에 오는데 (강간당했네, 강간당했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강간당했네, 강간당했네)
외로우면 나홀로 뜰앞에 나가 (강간당했네, 강간당했네)
골목길 접어 들때에 (강간당했네, 강간당했네)
기타 등등...
옆집이고 뒷집이고 윗집이고 가릴 것 없이 박고 빨고 싸는 요지경 세상을 한국어 특유의 동음이의어를 이용, 재기 발랄하게 표현한 노래로, 되바라진 청소년들 사이에 폭넓은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 <세상 참 무섭더라>가 되게따. 하긴 말만 잘못해도 술만 잘못 마셔도 소리없이 어디론가 끌려가던 그 시대, 박고 빨고, 싸는 거 이외에 힘없는 민중들이 할 게 뭐 있었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자조섞인 조롱도 <강간송>에 이르고 보면 조롱으로 끝날 수 없게 만들고 만다.
아.....<강간송>.
이 어찌 참담한 풍경이 아닐 수 있겠는가. 군부가 지배하는 80년대의 밤거리는 급기야 호젓이 걸을 수 없는 야수의 거리가 되버리고 만 것이다. 눈감으면 봉고차에 실려가는 황량한 시대의 풍경들은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답다'라는 일반적인 진리마저 적용될 수 없는 참혹한 경우라 할 것이다. 조금만 똘똘해도 육사에 보내야만 출세할 것이라 믿어지던 시대의 씁쓸한 마초주의와 돈을 위해선 인간도 상품일 수 밖에 없다는 천민자본주의가 3S정책과 맞물리며 빚어진 결과라 아니 할 수 없으리라.
이러한 내용적 측면과 더불어 이 <강간송>은 또 다른 사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노래라 할 수 있겠다. 즉 80년대 구전가요에 메들리와 노가바, 즉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가 활성화 되었음을 이 노래는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강간송>과 같은 노래는 아무 노래나 갖다 붙이면 끝없이 이어질 수 있는 릴레이 송과 같은 바 이따.
이 경우 이런 노래를 과연 구전가요라고 할 수 있겠냐는 학문적 논란이 생길 수 있겠으나, 가요라 함이 단순히 가락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관점으로 볼 때에 충분히 구전가요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본 기자의 확고한 입장이다(이에 관해선 공개적인 세미나 형식의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게따).
가령, 이 시대를 풍미했던 메들리 구전가요인 <정력가>와 <브라자송>을 딴지구라 앙상블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어 보시라.
- 정력가
노랫말
노래듣기
날아가던 새가 왜 떨어지나?
지나가던 개가 왜 쓰러지나?
오오오....그건 모두 정력 부족탓~
뱀 먹어 봐요,뱀 먹어 봐요,
자라 먹어 봐요, 자라 먹어 봐요,
물개 먹어 봐요, 물개 먹어 봐요, 우우우우
내게 뱀 같은 정력 내게 뱀 같은 정력
내게 뱀 같은 정력 넘치네
XXXX
내게 자라 같은 지구력 내게 자라 같은 지구력
내게 자라 같은 지구력 넘치네
XXXX
내게 말 같은 자지 내게 말 같은 자지
내게 말 같은 자지 넘치네
XXXX
내게 물개같은 테크닉 내게 물개같은 테크닉
내게 물개 같은 테크닉 넘치네
(위의 XXXX는 특정 종교 용어이기 때문에 초성과 종성을 제거하였음)
- 브라자 송
노랫말
노래듣기
1층위에 2층 2층위에 3층 3층위에 4층 4층위에 옥상 옥상위에 빨래줄 빨래줄 위에 브라자 브라자 밑에 빨래줄 빨래줄 위에 브라자
브라자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브라자는 우리나라 국기랍니다.
하늘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브라자 밑에 빨래줄 빨래줄밑에 옥상 옥상밑에 4층 4층 밑에 3층 3층밑에 2층 2층 밑에 1층 1층 밑에 지하 지하위에 침대 침대위에 여자 여자 위에 남자 남자밑에 여자
외로우면 나홀로 뜰앞에 나가
강간 당했네, 강간 당했네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가다
패대기 당했네, 패대기 당했네
하느님이 보우하사
강간 당했네, 강간 당했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패대기 당했네, 패대기 당했네
엄마아~ 엄마아~ 엉덩이가 뜨거워~
강간 당했네, 강간당했네
(기타 등등... 후략)
오직 강력한 파워만이 남성임을 드러내는 유일한 증거이며 진정한 남성미(男性美)만이 미덕으로 간주되는 마초주의에의 가열찬 조소라 할 만한 <정력가>는 대담하게도 찬송가의 가락을 저급한 가사에 사용하는 신성모독을 감행함으로써 끝없이 성장만을 추구하는 이 땅의 종교계에도 또한 비판의 칼날을 겨누고 있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게따.
그런가 하면 강간송의 총집대성이라 할만한 <브라자송>은 남성 밑에서 억압받을 수 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처지를 시대에 한 발 앞서 지적함으로써 뒤이어 꽃피게 될 페미니즘의 단초를 열어 재낀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거시다. 여성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브라자를 태극기에 치환시키는 놀라운 대위법은 이 땅의 주인이 남성만일 순 없다는 피맺힌 선언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그러타.
학삐리들이 여성학을 설파하기 이전, 벌써 이 땅의 민중들은 여성은 해방되어야 한다는 강고한 선언을, 피맺힌 구전가요로써 대신하고 있었던 거시다.
소재의 변화
- 시내버스 오팔팔
노랫말
노래듣기
버스가 어둠을 헤치고 건널목을 건너면
버스 정류장엔 사람이 쏟아지네
자리찾는 할머니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앉아있는 여학생의 가슴엔 두려움이 넘쳐 흐르네
힘차게 달려라 시내버스 588
힘차게 달려라 시내버스 588 시내버스 588
(지역에 따라서 588번이 오딸딸번으로 바뀌기도 하였음)
- 마징가 좃
노랫말
노래듣기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좃
인조 인간 로보트 마징가 좃
우리들을 위해서만 힘을 쓰는 착한이
십팔년들 나타나면 벌벌벌 떠네
무쇠 좃 무쇠 자쥐 로케트 물건
이년들아 나타나면 모두모두 비켜라
마징가 쇠돌이 마징가 좃!
5월의 한국은 항상 최루탄과 사과탄이 뿜에대는 강요된 눈물이 필요했다. 젊은 영혼들은 살아있는 자의 곤혹스러움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 사회는 가장 맑아야 할 아이들의 사상에 돌팔매질을 가했고, 풀이 죽은 사람들은 마징가 좃같은 독재를 비아냥거렸다. 아이들은 마냥 마징가 같은 군부독재에 돌을 던지는 아수라백작같은 오빠들이 이상했다. 착하고 상냥하며 친절한 대학생 오빠들이 왜 5월만 되면 미친년 널 뛰듯이 돌을 던지고 화염병을 던지고 몸에 불을 대는지 이상해했다. 어차피 마징가가 이길 텐데......
그런 비아냥에서 만들어진 노래들이었기에 술만 먹으면 웃고 놀자고 부른 마징가 좃은 항상 우울하게 끝나야만 했다.
글을 마치며....
본기자, 벅찬 가슴을 쓸어 진정시키며 인트로에서 언급했던 말을 다시 하련다.
중인(衆人)의 입은 쇠도 녹인다.
그러타.
이쯤이면 너덜 독자들도 이 말이 주는 삘의 정체를 눈치채고도 남으셨을 거시다.
땡크와 소총같은 둔중한 쇳덩이를 앞세우고 이 땅의 7,80년대를 빼앗아 가벼렸던 강고한 군부와 수구들의 압제도, 끝간 데 없이 거세어져만 가던 마초들의 껄떡거림도, 민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자유의 노래 앞에서는 맥아리 없이 녹여지고 말아떤 거시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술도 제대로 마실 수 없었으며 웃음도 흔쾌히 웃을 수 없었던 동토(凍土)의 시대를 우린 이런 노래들로 넘어 올 수 있었다.
그럼 지금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유토피아가 올 것만 같았던 새 천년의 시대에 여전히 우리를 누르고 있던 쇳덩이는 무엇인가. 그리하여 우리는 또 어떤 노래로 그 쇳덩이를 녹이고 있으며 녹여 갈 것인가. 혹여, 오직 돈으로만 포장된 프로같지 않은 프로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스턴트 노랫속에 우리는 매몰되어 있지 않은가? 그 노래들이 과연 얼마만의 시간을 딛고 우리의 마음 속에 남을 수 있을 것인가. 차분히 자문해 볼 노릇이다.
딴지 문화유산 복원우원회로 잠시 차출된...
역사고증팀 전문우원 유숭열(karlsagon@hanmail.net)
성영상 진흥위 공인 연구원 차양현(titop@naver.com)
그리고 딴지구리 앙상블 여러분들
[집중역사탐구] 구전가요를 파헤쳐 주마
2001.7.16.월요일
딴지 구전 문화유산 복원우원회
인트로
여러 사람(衆人)의 입은 쇠도 녹인다....
이 쉐이가 뜬금없이 또 무슨 헷소리냐며 고개 갸우뚱대는 너덜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갸우뚱댈 것 없다. 이 말, 아 배달민족의 大 역사서이며, 사대주의에 물들대로 물든 유교적 사서 <삼국사기>에 통렬한 똥침을 날린 일연님의 <삼국유사>에 나오는 말 되게따(딴지 역사고증팀은 두 분의 신을 모시고 있으니, 엽기대통령 허경영 어르신과 저 일연님이 그 분들이시다).
단군 할부지의 자랑찬 건국신화와 할머니 무르팍에 머리 기대고 누워 듣던 갖가지 설화들... 그리고 신라시대의 난다긴다 하던 놀새족들이 목이 터져라 부르던 노래들을 기록으로 가득히 실어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주는 아름다운 역사서 삼국유사... 중에서도 이른바 수로부인조(條)에 나오는 것이 바로 저 서두의 말인 거시다.
남편의 임지인 강릉으로 가던 수로부인을 무지막지한 해룡놈이 바닷속으로 잡아가자 수로부인을 구해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머리를 쥐어 짜던 중 나이 지긋한 마을의 원로가 '중인의 입은 쇠도 녹이는 법.....우리 모두가 간절한 원을 담아 노래를 부르면 무지막지한 해룡놈이라도 견디지 못할껄.....'이라고 말하며 그 유명한 '해가'를 불렀던 거 어렴풋이 기억들 나시지 않는가?
내 만약 어기어 (수로부인을) 내놓지 않으면
그물을 넣어 잡아 구워 먹으리...
하던 바로 그 노래 말이다..... 그렇다면 앞 뒤 문맥을 고려해 볼 때 '여러사람의 입은 쇠도 녹일 수 있다'라는 말은 '여러 사람의 노래는 쇠도 녹일 수 있다' 라는 말로 바꾸어 쓸 수 있으리라.
그렇다. 몇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지는 저 노래의 가공할 힘... 그것이 바로 구전가요의 힘이 아니겠는가. 굳이 삼국지위지동이전이나 후한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아 배달민족이 춤과 노래를 즐기며 신명을 내지르는 민족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혹시 의아하신가? 그러시다면 전국을 몇번이나 돌고서도 도무지 끝날 줄을 모르는 전국노래자랑을 보시라).
그래서인지 노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서 종종 억압의 시대에 민중의 한을 달래주는 스뚜레스 해소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던 바 이따. 특히나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그 작자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구전가요는 그러한 민중의 억압된 심리를 불꽃놀이처럼 터뜨려주는 역할을 담당해 주어써따.
그러나..
기록되지 않는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
오호애재라. 본지와 같이 사려깊은 혜안을 가진 누군가가 그 당시 있었더라면 그 멜로디도 전해져 올 것을... 그 가락을 찾을 길 없다고 이제 와서 한탄하면 무엇하리오.
본지의 지난 기사 구전동요를 복원해주마 1편과 2편에 이어 본지의 구전가요 기록 작업은 가열차게 계속될 것이다. 이번에는 저 7,80년대 폭압의 시대의 민중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던 노래들을 재조명한다. 자, 이제 딴지구리 앙상블과 함께 어둠의 시대를 관통하던 구전가요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 보지 않겠는가?
70년대의 절망
- 영자송에서 성냥공장 아가씨까지 -
이제는 전설처럼 아득해진 70년대.....당시 서강대생 박근혜양의 아버지는 스톱을 모르는 막나가는 고도리꾼 처럼 근대화와 산업화를 밀어 붙였고, 그 결과 이 땅은 소수의 재벌과 다수의 -고향을 잃어버린- 도시빈민층을 갖게 되어따(박근혜양은 너무 억울해 할 것 없다. 세상이 다 그런 거시다.).
도시를 가득 채운 불빛 속에서 자신의 빛 하나를 가지지 못했던 민중들은 고향에 가족들을 남겨둔 채 특별시의 한귀퉁이에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지만....특별시에 똬리를 틀고 있는 그 하나만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고향의 가족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어따.
그는 혹은 그녀는, 30촉 백열등 아래에서 지우개로 지울 수 조차 없는 조악한 갱지 위에 자신은 잘나가노라며, 사랑하는 가족들은 나만 믿으면 되노라며 슬픈 큰 소리를 칠 수 밖에 없어떤 거시다......자신을 좀먹는 절망을, 차마 가족에게 전할 수 없어떤 시대의 페이소스 가득찬 송가가 바로 이 영자송 되게따(아래의 가사를 신이 내려주신 목소리 딴지구리 앙상블의 노래와 함께 감상하신다면 눈물 흘리지 않을 분 그 몇일 거신가....).
- 영자송
노랫말
노래 듣기
영자야 내 딸년아
몸 성이 성히 성히 성히 성히 자알 있느냐?
서울에 있는 이 아빠는 사장님이 아니란다
(니미씨팔 가정환경조또)
서울에 있는 이 아빠는 사장님이 아니라서
광화문 하고도 한폭판에서 싹싹닦는 청소부란다.
(니미씨팔 가정환경 조또)
영자야 내 동생아
몸 성히 성히 성히 성히 성히 자알 있느냐?
군대에 있는 이 오빠는 장교가 아니란다.
(니미씨팔 가정환경 조또)
군대에 있는 이 오빠는 장교가 아니라서
38선 하고도 철책선에서 빡빡기는 군바리란다.
(니미씨팔 가정환경 조또)
영자야 내 동생아
몸 성히 성히 성히 성히 자알 있느냐?
서울에 있는 이 언니는 여대생이 아니란다.
(니미씨팔 가정환경 조또)
서울에 있는 이 언니는 여대생이 아니라서
청계천 하고도 지하공장에서 뺑이치는 공순이란다.(니미씨팔 가정환경 조또)
자......눈물을 닦으시라. 글은 끝까지 읽으셔야 하지 않겠나.....
감각있는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3.4조 혹은 변형된 7.5조의 민요조인 영자송은 그의 딸이며 동생인 영자를 향해 절규하듯 자신의 절망스런 현실을 토해내는 노래이다. 동어 반복과 절묘한 댓구법으로 표현된 사장님-청소부, 장교-군바리, 여대생-공순이의 극적인 대조는 그저 잘나가는 것으로만 알고 있던 근대화 조국의 영광이 소수에게만 집중된 것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또한 드러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으리라. 이 노래에 있어 더욱 놀라운 점은 박자를 맞추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인 후렴구에서 마저도 그 강렬한 자조의 풍자가 빛을 발한다는 거시라 할 수 이께따.
아......니미 씨팔 가정환경 조또......
초등학교 시절의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가정환경 조사의 곤혹스러움을 이처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영자송 이외에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부모님 다 계신 사람?'
'피아노 있는 사람?'
'TV있는 사람?'
등등...... 학기초부터 개인의 치부와 실상을 폭로해 버림으로써 계급을 규정지어 버리는 저 가정환경 조사에서 그 당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그 몇이었던가. 치사하게 부모님 학력과 직업까지 공개적으로 물어서 얻고자 하는 게 도대체 뭐였단 말인가......
이처럼 영자송은 짓밟히고 고통받는 대다수 민중들을 향해 그들의 한을 토해내 버리는 절규의 노래로서 사랑을 받아따. 그 시대의 가장 흔한 이름으로서의 영자는 익명성의 다중(多衆)에 다름 아니라 할 수 이께따.
혹, 영자송의 가락이 귀에 익다 싶은 신세대들께선 헷갈리실 꺼 없으시다. 바로 이 영자송을 리메이크한 것이 태진아 君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이니까.
가족들을 위해 전사처럼 고향을 떠난 아버지와, 오빠와, 언니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영자는 자꾸만 야위어만 갔고.....결국 영자도 고향을 떠나기에 이르른다. 하지만 그녀들의 눈앞에 펼쳐진 현기증나는 서울의 풍요는 그녀들 것이 아니어따. 그녀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하루 세 끼 밥조차 힘겨운 공장일 뿐이었으니까.
- 성냥공장 아가씨
노랫말
노래듣기
인천의 성냥공장 성냥공장 아가씨
하루에 한갑 두갑 일년이면 삼백육십갑
치마 밑에 숨겨 놓고 정문을 나서다
치마 밑에 불이 붙어 백보지가 되었네
인천의 성냥공장 아가씨는 백보지
부천의 설탕공장 설탕공장 아가씨
하루에 한포 두포 일년이면 삼백육십포
치마 밑에 숨겨 놓고 정문을 나서다
치마 밑에 봉지 터져 꿀보지가 되었네
부천의 설탕공장 아가씨는 꿀보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민중의 구전가요답게 직설적인 가사와 시대의 아픔을 정곡으로 찌르는 내용이 일품이라 할 <성냥공장 아가씨>는 공장에서 시들어가는 우리의 영자들이 결국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라는 암울한 예언을 보여준다(이럴땐 딴지구리 앙상블의 천상에서 내린듯한 목소리가 차라리 원망스럽다. 이 거친 사나이의 두눈에 눈물을 보이게 만들고 마니까.....).
영자송Ⅱ
영자의 손목이 버스간의 손잡이더냐?
이놈도 잡아보고 저놈도 잡아보고 영자는 십팔년
영자의 가슴이 가게집의 쭈쭈바더냐?
이놈도 빨아보고 저놈도 빨아보고 영자는 십팔년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던가? 결국 우리의 영자들은 컨베이어 벨트의 요통을 참지 못하고 어둠의 딸로 전락하고 만다. 그 시대의 그녀들이 순정을 지키지 못했노라고... 몇푼 돈에 정절을 내버렸노라고 돌을 던질 이 누가 있으랴. 본기자, 저절로 나오는 신파조의 대사를 억누를 엄두를 내지 못하는 바이다.
이렇게 영자송으로 대표되는 70년대의 구전가요는 끝간 데 없는 당대의 절망을, 풀길 없는 민중의 속앓이를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도 극명하게 드러내주며 민중의 입 사이를 전전해써따.
기만당한 희망의 시대 80년대
- 메들리와 노가바의 전성시대 -
김재규가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며 다가온 80년의 봄은 단지 서울만의 봄은 아니었다. 그 봄은 단순히 쿠데타를 노리는 데 불과했던 권부(權府) 사나이의 총구에서 온 것이 아니었기에 근본적인 의미에서 민중의 승리였고, 온 대한민국의 봄이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 찬란했던 봄은 태양같은 빛을 대가리로 반사하던 한 무지막지한 사내의 군화에 짓밟히고 말았고, 절망의 깊이는 오히려 박근혜양 아버지의 시대보다도 더 깊어져 버렸다(요새 출판벤처인으로 명성 드높은 전재국군은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한다. 세상이 다 그런 거란 걸 그는 왠지 알고 있을 것만 같다.).
청산될 것 같던 군사문화는 오히려 공고해져 갔고 여성들의 사자머리, 두껍화장과 더불어 사회는 가일층 꼴뵈기 싫어져만 갔다.
- 김일병송
노랫말
노래듣기
소령 중령 대령은 양주 처먹고
소위 중위 대위는 맥주 처먹고
하사 중사 상사는 소주 처먹고
불쌍하다 김일병은 막걸리 처먹고
(예, 예, 예, 예)
소령 중령 대령은 호텔방에서
소위 중위 대위는 여관방에서
하사 중사 상사는 여인숙에서
불쌍하다 김일병은 화장실에서
(예, 예, 예, 예)
소령 중령 대령은 미제콘돔을
소위 중위 대위는 일제콘돔을
하사 중사 상사는 국산콘돔을
불쌍하다 김일병은 쭈쭈바 껍데기
(예, 예, 예, 예)
소령 중령 대령은 아가씨하고
소위 중위 대위는 아줌마하고
하사 중사 상사는 할머니하고
불쌍하다 김일병은 평생딸딸이
점차 확대되어만 가던 빈부의 격차는 민중들에게 이 사회가, 이 세상이 마치 군대마냥 공고한 계급사회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고 이러한 민중의 절망은 김일병이라는 페르소나를 통해 노래속에 투사되기 시작해따. 물론 이 시기에도 영자는 여전히 사랑 받았지만 구전가요의 주인공으로 우리의 김일병 또한 각광받기 시작한 거시다. 어쩌면 김일병은 영자의 오빠거나 가련한 남동생일 수도 있으리라.....
여하튼......이 시기를 전후해 합동수사본부장 전두환 장군은 좃선 찌라시 등의 후광을 받으며 민족의 위대한 영도자로써 전면 등장한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어서 똥누고 다니는 지도 몰랐던 분이 민족의 위대한 영도자로 설쳐대자 민중들의 위장은 역겨움으로 들끓기 시작한다. 도대체 이 문어대가린 어느 하늘에서 떨어졌단 말인가. 그리고 그의 둘도 없는 친구라는 어리버리한 녀석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혹시 80년대를 온몸으로 살아오신 할 일 없고 날카로운 독자께선 이 노래가 등장한 것이 80년대 후반이라며 항변하시겠으나 기전체식의 역사기술 방법상 부득불 초기에 배치했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둣산 동와 대백과를 들추어 기전체....를 찾아 보시는 분, 좋게 말할 때 즉각 중단하시라.).
잠시잠깐의 방심으로 대두되고만 신군부의 80년대가 남긴 상처는 가히 가혹해따. 그건 비단 정치역사적인 거시적인 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으니......이른바 3S정책으로 인한 급격한 성모랄의 몰락은 강간과 인신매매를 급증시켰고, 이러한 우울한 사회풍경은 곧바로 구전가요 속에 반영되기 시작하였으니 이른바 <세상 참 무섭더라>와 <강간송>이 그것이다.
- 세상 참 무섭더라
노랫말
노래듣기
우리 옆집 아저씨 (아저씨)
밤만되면 박는다 (박는다)
오늘밤도 박겠지 (박겠지)
못을 박겠지 못을 박겠지
우리 뒷집 누나 (누나)
밤만되면 빤단다 (빤단다)
오늘밤도 빨겠지 (빨겠지)
빨래 빨겠지 빨래 빨겠지
우리 윗집 큰형님 (큰형님)
밤만되면 싼단다 (싼단다)
오늘밤도 싸겠지 (싸겠지)
가방 싸겠지 가방 싸겠지
(기타.. 우리 아랫집 아줌마 밤만 되면
한다. 설거지 하겠지 등등..)
강간송
목장길 따라 밤길 걷다가 (강간당했네, 강간당했네)
고운님 함께 집에 오는데 (강간당했네, 강간당했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강간당했네, 강간당했네)
외로우면 나홀로 뜰앞에 나가 (강간당했네, 강간당했네)
골목길 접어 들때에 (강간당했네, 강간당했네)
기타 등등...
옆집이고 뒷집이고 윗집이고 가릴 것 없이 박고 빨고 싸는 요지경 세상을 한국어 특유의 동음이의어를 이용, 재기 발랄하게 표현한 노래로, 되바라진 청소년들 사이에 폭넓은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 <세상 참 무섭더라>가 되게따. 하긴 말만 잘못해도 술만 잘못 마셔도 소리없이 어디론가 끌려가던 그 시대, 박고 빨고, 싸는 거 이외에 힘없는 민중들이 할 게 뭐 있었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자조섞인 조롱도 <강간송>에 이르고 보면 조롱으로 끝날 수 없게 만들고 만다.
아.....<강간송>.
이 어찌 참담한 풍경이 아닐 수 있겠는가. 군부가 지배하는 80년대의 밤거리는 급기야 호젓이 걸을 수 없는 야수의 거리가 되버리고 만 것이다. 눈감으면 봉고차에 실려가는 황량한 시대의 풍경들은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답다'라는 일반적인 진리마저 적용될 수 없는 참혹한 경우라 할 것이다. 조금만 똘똘해도 육사에 보내야만 출세할 것이라 믿어지던 시대의 씁쓸한 마초주의와 돈을 위해선 인간도 상품일 수 밖에 없다는 천민자본주의가 3S정책과 맞물리며 빚어진 결과라 아니 할 수 없으리라.
이러한 내용적 측면과 더불어 이 <강간송>은 또 다른 사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노래라 할 수 있겠다. 즉 80년대 구전가요에 메들리와 노가바, 즉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가 활성화 되었음을 이 노래는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강간송>과 같은 노래는 아무 노래나 갖다 붙이면 끝없이 이어질 수 있는 릴레이 송과 같은 바 이따.
이 경우 이런 노래를 과연 구전가요라고 할 수 있겠냐는 학문적 논란이 생길 수 있겠으나, 가요라 함이 단순히 가락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관점으로 볼 때에 충분히 구전가요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본 기자의 확고한 입장이다(이에 관해선 공개적인 세미나 형식의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게따).
가령, 이 시대를 풍미했던 메들리 구전가요인 <정력가>와 <브라자송>을 딴지구라 앙상블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어 보시라.
- 정력가
노랫말
노래듣기
날아가던 새가 왜 떨어지나?
지나가던 개가 왜 쓰러지나?
오오오....그건 모두 정력 부족탓~
뱀 먹어 봐요,뱀 먹어 봐요,
자라 먹어 봐요, 자라 먹어 봐요,
물개 먹어 봐요, 물개 먹어 봐요, 우우우우
내게 뱀 같은 정력 내게 뱀 같은 정력
내게 뱀 같은 정력 넘치네
XXXX
내게 자라 같은 지구력 내게 자라 같은 지구력
내게 자라 같은 지구력 넘치네
XXXX
내게 말 같은 자지 내게 말 같은 자지
내게 말 같은 자지 넘치네
XXXX
내게 물개같은 테크닉 내게 물개같은 테크닉
내게 물개 같은 테크닉 넘치네
(위의 XXXX는 특정 종교 용어이기 때문에 초성과 종성을 제거하였음)
- 브라자 송
노랫말
노래듣기
1층위에 2층 2층위에 3층 3층위에 4층 4층위에 옥상 옥상위에 빨래줄 빨래줄 위에 브라자 브라자 밑에 빨래줄 빨래줄 위에 브라자
브라자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브라자는 우리나라 국기랍니다.
하늘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브라자 밑에 빨래줄 빨래줄밑에 옥상 옥상밑에 4층 4층 밑에 3층 3층밑에 2층 2층 밑에 1층 1층 밑에 지하 지하위에 침대 침대위에 여자 여자 위에 남자 남자밑에 여자
외로우면 나홀로 뜰앞에 나가
강간 당했네, 강간 당했네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가다
패대기 당했네, 패대기 당했네
하느님이 보우하사
강간 당했네, 강간 당했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패대기 당했네, 패대기 당했네
엄마아~ 엄마아~ 엉덩이가 뜨거워~
강간 당했네, 강간당했네
(기타 등등... 후략)
오직 강력한 파워만이 남성임을 드러내는 유일한 증거이며 진정한 남성미(男性美)만이 미덕으로 간주되는 마초주의에의 가열찬 조소라 할 만한 <정력가>는 대담하게도 찬송가의 가락을 저급한 가사에 사용하는 신성모독을 감행함으로써 끝없이 성장만을 추구하는 이 땅의 종교계에도 또한 비판의 칼날을 겨누고 있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게따.
그런가 하면 강간송의 총집대성이라 할만한 <브라자송>은 남성 밑에서 억압받을 수 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처지를 시대에 한 발 앞서 지적함으로써 뒤이어 꽃피게 될 페미니즘의 단초를 열어 재낀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거시다. 여성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브라자를 태극기에 치환시키는 놀라운 대위법은 이 땅의 주인이 남성만일 순 없다는 피맺힌 선언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그러타.
학삐리들이 여성학을 설파하기 이전, 벌써 이 땅의 민중들은 여성은 해방되어야 한다는 강고한 선언을, 피맺힌 구전가요로써 대신하고 있었던 거시다.
소재의 변화
- 시내버스 오팔팔
노랫말
노래듣기
버스가 어둠을 헤치고 건널목을 건너면
버스 정류장엔 사람이 쏟아지네
자리찾는 할머니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앉아있는 여학생의 가슴엔 두려움이 넘쳐 흐르네
힘차게 달려라 시내버스 588
힘차게 달려라 시내버스 588 시내버스 588
(지역에 따라서 588번이 오딸딸번으로 바뀌기도 하였음)
- 마징가 좃
노랫말
노래듣기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좃
인조 인간 로보트 마징가 좃
우리들을 위해서만 힘을 쓰는 착한이
십팔년들 나타나면 벌벌벌 떠네
무쇠 좃 무쇠 자쥐 로케트 물건
이년들아 나타나면 모두모두 비켜라
마징가 쇠돌이 마징가 좃!
5월의 한국은 항상 최루탄과 사과탄이 뿜에대는 강요된 눈물이 필요했다. 젊은 영혼들은 살아있는 자의 곤혹스러움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 사회는 가장 맑아야 할 아이들의 사상에 돌팔매질을 가했고, 풀이 죽은 사람들은 마징가 좃같은 독재를 비아냥거렸다. 아이들은 마냥 마징가 같은 군부독재에 돌을 던지는 아수라백작같은 오빠들이 이상했다. 착하고 상냥하며 친절한 대학생 오빠들이 왜 5월만 되면 미친년 널 뛰듯이 돌을 던지고 화염병을 던지고 몸에 불을 대는지 이상해했다. 어차피 마징가가 이길 텐데......
그런 비아냥에서 만들어진 노래들이었기에 술만 먹으면 웃고 놀자고 부른 마징가 좃은 항상 우울하게 끝나야만 했다.
글을 마치며....
본기자, 벅찬 가슴을 쓸어 진정시키며 인트로에서 언급했던 말을 다시 하련다.
중인(衆人)의 입은 쇠도 녹인다.
그러타.
이쯤이면 너덜 독자들도 이 말이 주는 삘의 정체를 눈치채고도 남으셨을 거시다.
땡크와 소총같은 둔중한 쇳덩이를 앞세우고 이 땅의 7,80년대를 빼앗아 가벼렸던 강고한 군부와 수구들의 압제도, 끝간 데 없이 거세어져만 가던 마초들의 껄떡거림도, 민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자유의 노래 앞에서는 맥아리 없이 녹여지고 말아떤 거시다.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술도 제대로 마실 수 없었으며 웃음도 흔쾌히 웃을 수 없었던 동토(凍土)의 시대를 우린 이런 노래들로 넘어 올 수 있었다.
그럼 지금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유토피아가 올 것만 같았던 새 천년의 시대에 여전히 우리를 누르고 있던 쇳덩이는 무엇인가. 그리하여 우리는 또 어떤 노래로 그 쇳덩이를 녹이고 있으며 녹여 갈 것인가. 혹여, 오직 돈으로만 포장된 프로같지 않은 프로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스턴트 노랫속에 우리는 매몰되어 있지 않은가? 그 노래들이 과연 얼마만의 시간을 딛고 우리의 마음 속에 남을 수 있을 것인가. 차분히 자문해 볼 노릇이다.
딴지 문화유산 복원우원회로 잠시 차출된...
역사고증팀 전문우원 유숭열(karlsagon@hanmail.net)
성영상 진흥위 공인 연구원 차양현(titop@naver.com)
그리고 딴지구리 앙상블 여러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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