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짜장면...
언어는 혓바닥에 착 감기는 기분이 들면서 대상의 맛깔이 짝 하고 붙어줘야 제맛인 법. 고로 난 자장면이나 짜장면보다 짱깨라고 할때 그 풍미가 더 살아남을 느낀다.
나는 소주를 즐기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짱깨집에서 마시는 술을 으뜸으로 친다. 천성적으로 돼지고기를 좋아하는게 하나고 불에 풍미를 가둔 음식을 좋아하는게 또 하나고 식사중에 나오는 차사이와 차를 좋아하는게 마지막이다.
여태껏 가봤던 베스트 짱깨집을 적는 이유는 툭 까놓고 얘기해서 별 거 없다. 맛있는거 먹어봤다는 자랑질이다. 다만 여기의 순서는 무작위이며 무엇이 더 맛있다는거는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대충 걸러서 보면 되겠다.
1. 동호대교 라인의 동천홍
동천홍은 같은 이름의 짱개집이 내가 아는 것만 세개다. 뭐 체인점은 아니고 주인 여자가 이름 팔아서 또 같은 이름으로 가게내고를 몇번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인데 동호대교 건너면서 좌측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이집은 특히 점심시간 25,000원짜리 코스가 쓸만하다. 주인장을 쫌만 잘 알면 맘에 안드는 코스요리를 갠적으로 좋아하는 게살스프나, 마요네즈 새우로 바꿔 먹을 수 있다. 단 둘이 가면 좀 눈치 보이니 셋정도 가서 당당하게 바꿔달라고 할것.
특히 마지막 나오는 짱깨나 흔히 동천홍 생각나는 굴우동 대신 우쓰면을 달라고 하면 얼굴빛이 달라지면서 주방장에게 물어보겠다고 한다. 우쓰면 먹어 보시라....
2. 천진각.
과거 구불리로 불렸던 곳인데 이곳 딤섬이 아주 좋았다. 동호대교 건너면서 바로 왼쪽에 붙어있는 노랑색 4층짜리 건물의 딤섬전문점(씨바 이름이 모다냐?) 거기의 말도 안되는 한점 5,000원짜리 딤섬보다 29384792734987배쯤 훌륭하다. 다만 종류가 몇개 없는게 흠이지.
3. 푸드피아(딤섬에 환장한 자들의 축복 놀이터)
연신내에 있는 푸드피아, 여긴 정식 오픈전 특별 할인가 점심 코스 20,000원일 때 주로 가서 낮술 먹었는데 동남아 퓨전 스타일이 아주 마음에 든다. 생물 생선을 즉석에서 철판구이 해주며 10여가지 딤섬의 맛도 훌륭하다. 집에 선물로 들어온 딸보 같은 먹기 후달리는 술 가져가면 본전 뽑으면서 먹으리라. 다만 지배인한테 미리 방을 달라고 할것. 테이블에선 좀 많이 미안타. 업소용이 아닌건 음식점 판매가 금지이기 때문에...망할놈의 세금 문제지 뭐...
4. 빠진
도세훈 아저씨는 과거 KBS 파일럿 프로그램 만들때 알게 되어서 좀 친해진 경운데 VJ물 제작할때도 한번 소개한 적이 있다. 뭐, 소개 안해도 존나 유명해서 ㅋㅋ...
이곳의 맛이 사실 나에게는 그리 크게 와 닿는 건 아니다. 일단 양에서 실망을 해서 가격에서 배아프다. 그러나 분위기 함 잡아야 할때, 술접대는 하기 싫은데 생색은 좀 내야 할 때 좋다. 와인 저장고가 있어 와인의 맛이 늘 일정한 것도 이집의 자랑질거리.
5. 현경
늘 돈 없을 때 주로 가는 집인데 씨네하우스 앞에 있던 집이 이사간 뒤로는 발길을 끊었다. 음식점이란 원래 한군데서 진득하니 붙어 있을때 그 맛이 벽에도 베이고 뚜껑에도 베이고 솥단지에도 베이고 가스에도 베이고 해서 맛있는 법인데... 이집은 볶음짬뽕으로 유명해졌는데 깜풍기도 일품. 이집에서 늘 먹는 순서는 깐풍기, 탕수육, 볶음짬뽕 순....세명이서 빼갈 6병이 그사이에 없어진다.
6. 타이타닉
지금은 서울스튜디오로 바뀌어 사라졌지만 그 규모하며 지배인, 웨이츄레스의 서비스가 아주 맘에 들었던 곳이다. 특히 차사이는 우리 입맛에 맞게 짜지 않게 나와서 거의 반 양동이쯤 먹었던 기억이....
7. 하야트호텔 산수 점심 딤섬부페
내가 먹어본 최고의 딤섬 맛은 여기 있다. 텐텐 빼고 25,000원인가 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솔직히 나같은 경우는 본전 쯤 뽑아준다. 30대 이후에겐 제이제이 마호니의 흐릿한 추억이 덤으로....
8. 가유(신사동점)
최근의 짱깨집 트랜드를 그대로 반영하는 집으로 넓적한 탕수육과 마요네즈 새우가 괜찮지만 이집의 용도를 제대로 쓰려면 술먹은 다음날 6,000원짜리 가유탕면을 먹어야 한다. 속풀면서 하는 빼갈 한잔의 유혹.....아으~
그밖에 덩치값 못하는 홍은동의 짱개집과 압구정의 몇몇 짱개집, 종로의 옛날짜장 집등은 가격대 성능비가 후지거나 소문에 비해 맛이 개판인지라 제외했다. 아쉬운 집중 하나가 왕십리에 있는 50년 넘은 짱개집과 인천 차이나타운 맨 꼭대기에 있는 짱개집인데 이집은 이름을 까먹어 적지 못한다. 특히 인천에서 먹은 짱깨와 탕수육은 잊을 수가 없다. 그날 저녁 영종도 앞에서 진짜 배가 꽈악 터질때까지 먹고 나서도 게살스프부터 시작된 짱깨 코스를 거의 섭렵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진탈 포르테를 먹을 정도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