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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딴생각

고맙다.

by 그럴껄 2004.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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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삼때 난 이미 KAPF를 결성했다.
코리안 아튀스트 프로레타리아 페도레이숑이 아닌..
코리안 아메리카 뽀르노 패밀리로 말이다.



1200bps 한통 단말기가 대세인 시대에
고작 다섯프레임의 그림을 엮어
허큘레스 그 노란 커서 사이로 보이던
난잡한 화면은
프론트 로딩 방식의 삼성 VHS 골드 다이아몬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400본 라인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정보는
비록 불법카피된 닳고닳은 소스에 기원한 장애를 훌륭히 극복하고
나의 후두엽 하층에 깊이 저장되었다.

그무렵 나의 왕성한 정욕을 못마땅해하던
한 뇬은 나의 깊은 고뇌에서 나온
"우리 섹스해볼까?"라는 외마디에
정신병자 취급을 하더라.

견강부회

10년 하고도 몇년이 더 지났고
내 책상 한 귀퉁이에는 단 한번도 보지 않고 구워만 놓은 포르노 씨디가 수백장 먼지만 먹고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 때, 정욕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단언할 수 없지만

그땐,
19살의 임계점에서 맞딱뜨리고 있던 "하면안돼"에 대한 분노가,
엄숙주의와 대결하는 롤로코스터보다 짜릿한 스릴과
또래와 담합하는 재미가
화면마다 출렁이는 살덩이들의 교성보다 짜릿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젠,
포르노가 재미없다.
고맙다. VHS여...너 난지도 공원 어딘가에서 썩어가고 있겠다.

나, 졸라 썩었지 씨바....

사족 : 사진 출처는 DJ.Han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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