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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딴생각

하늘님은 제게 부자간의 사랑을 주지 않으셨지만 훌륭한 파티원을 주셨습니다. 에이멘

어제는 두달만에 월차였습니다.

더 늦기전에 아들 자전거는 아빠가 가르쳐야 한다는 알량한 '커머셜 필름'의 세뇌하에 월요일 아름드리 나무가 색을 더하는 호수공원을 아들과 단둘이 자전거 타고 늦가을의 정취를 "맥심 모카골드" 필로 돌아다니고 싶었습니다.

"나 자식있어요"를 온몸으로 외치며 목욕탕에 아들과 둘이 꼬추 내밀고 탕으로 입장하던 아버지의 똥기마이가 그 때는 그렇게 쪽팔렸는데 내가 애비가 되니까 200% 이해가 되는 겁니다.



그러나, 비유띠, 버뜨, 닝기리...

세상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월요일 아침, 우리 집안의 낙스마라스, 부인님께 옵서 가라사대

" 월요일, 아줌마 다섯이서 애들 교육 품앗이 모임 만들었다 하시매 월요일 11시까지 나가라, 7시 전에는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마라 하시니라"
-마눌복음 3장 16절-

11월 늦가을의 정취를
"아들 자전거 16만 팔천원 값으로 말할수 없는" BC카드와 "커피..... 좋아하세요?"의 맥심 똥끼마이를 빌어 아들과 함께 "난 여유있는 중산층일지도 몰라요"라고 소리없이 외쳐보고 싶었습니다.

잠깐이나마 '억'대의 대출금 값는 기억도
내년에 터질 부모님들 "환갑기념 핵폭탄 4종셋"에 대한 공포도 좀 덜고 싶었고,
*BS 콘서트 협찬건 골치 썩이는 몇몇 업체에 대한 후달림도 좀 없애고 싶었고,
TV*에 넣은 제안서 4개에 대한 피드백 걱정도 쌩까고 싶었고,
결정적으로 방전된 밧데리를 좀 채우고 싶었습니다.

가을 하늘은 맑고 화창한데, 낙엽은 바람따라 후두두두두두둑~ 떨어지는 운치있는 공원길을 벗어나 쫒겨난 한 집안의 '라면냥꾼' 이었던 저는 쓸데없이 주엽역에서 백마역까지 이쁜 여고생 구경을 하며 돌아다니다 PC방에 들어갔습니다.

너댓명의 재수생 그룹과 양말을 벗고 발가락 사이의 때를 문지르며 냄새맡는 40줄의 리니지 폐인 아저씨 사이에서 WoW에 접속했습니다.

"당신은 모험을 떠난 적이 있는가?"

쿨티라스의 만랩 천벌, 타락 에픽셋 흑마를 버리고 말퓨리온에서 다시 키우는 48랩 드루이드로 접속했습니다.

그리고 6시간의 사투끝에 마라우돈을 졸업했습니다.
역시 하늘님은 나에게 가정의 행복을 주지는 않으셨지만 훌륭한 파티원을 주셨던 겁니다.

이 기쁨을 바로 미디어몹 차세대 와우폐인 예정 1순위 *구님께 문자메세지에 담아 보내드렸습니다.

"*구님 죄송해요. 저 마라우돈 졸업했어요"

"시박"

7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여전히 아름다운 단풍과 늦가을의 정취와 서늘한 바람이 아름다웠습니다.

세상은 아직도 살만하고 아름다운 거였습니다.

- 3줄요약

1. 간만에 월차에요
2. 아들이랑 자전거 타고 싶었는데 쫒겨났어요.
3. 쫒겨난거에 실망 하지 않고 게임했더니 마라우돈 졸업했어요.

- 1줄요약

1. 계획대로 안되는 게 삶이니까 뭘하든 즐겁게 하면 인생이 즐거워요.

주석
1. 낙스마라스 :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나오는 보스몹
2. 와우 : 블리자드가 만든 워크래프트 버전 mmorpg
3. 라면냥꾼 : 와우에서 사냥꾼은 파티(5인~40인)를 이룬 게임에서 두드러지게 할일이 없다. 그리하야 파티 게임 진행시 라면 정도는 끓여 먹으며 게임을 진행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기에 생겨난 명칭
4. 쿨티라스, 말퓨리온 : 와우에 존재하는 서버중 하나.
5. 천벌, 타락셋 : 와우의 직업중 흑마법사가 착용하는 세트 아이템
6. 마라우돈 : 와우 내에 존재하는 인스턴스 던전, 필드와 별개의 구조로 돌아가는 사냥터로 이해하면 된다.
7. *구 : 미디어몹 방송팀장. 헤딩라인 뉴스 작가이자 와우폐인예정 1순위(내가 뽐뿌질 했음, 사람하나 보내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