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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딴생각

우여곡절 끝에 도착은 했으나....

애시당초 수트백+ 노트북 가방+신발봉다리를 이고지고 자전거를 탄다는 게 만용이었다.

새벽 4:50
출발한 자전거를 끌고 장항IC로 간다.
"자출사 대로라면 에쓰오일이 보여야 하는데..."
3년간 일산에 살면서 장항IC 입구 빼고는 다른 곳에 주유소가 있다는 걸 전혀 생각치 못했던 나는
당연히 장항 IC 앞에 에쓰오일이 보일 줄 알았다.

"니미..."

건너편에 에쓰오일이 보인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일단 IC 입구까지 갔다가 빠꾸...

초장부터 가시밭길이다...

"너를 믿는 너를 믿지말고 내가 믿는 너를 믿어라"
이번에 더빙하는 만화의 대사 한구절.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믿어라. 우리 마누라가 믿는 나를....

장항IC에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다보니(역주행)
왼쪽에 내리막길과 장례식장 표지가 보인다.

"옳거니"

일단 역주행으로 내려가서 굴다리 통과.

새벽이라 2차선 도로에는 차가 없다.
근데 이상하게 바퀴가 자꾸 뭐에 닿는 느낌이다.
힘이 부쳐서 그런가보다.

조낸 밟는다.

가는 길에 좌측으로 조낸 신경쓰면서 실내포차, 섬말 사철탕을 찾는다.

없다.

가다가다 능곡 우회전 일산 좌회전 길건너 샛길이 보인다.

순간 직감적으로 저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낸 밟는다.

2km쯤 달렸을까?

정면에는 발전소가 보인다.  표지판에 직진하면 마두, 좌회전하면 장항이랜다.
심하게 이상함이 느껴진다.

히밤, 일산IC에서 일산 진입로를 나는 밑으로 가로질러 가고 있었던거다. 니미니미니미!!!!!

다시 2km를 돌아나와보니

길건너에 가까는 눈깔을 씻고봐도 안보이던 섬말 사철탕이 보인다.

역시, 하나님은 내편이 아니다.

섬말사철탕길 따라 농로로 내려온다.
주욱 가다보니 바라마지 않는 사철탕집은 안보인다.

대신 좌측으로 일산IC 밑쪽이 보이길래 좌회전

조낸 가는거다.

SK주유소가 보이고 삼성카센타가 보인다. 처음 느껴보는 "계획대로"라이딩이다.

농로끝에 만능상회가 보인다.
글쓴이가 요기서 뭐 사먹는다고 해서 물도 안싸왔는데

문.이.잠.겼.다!!!

목은 타들어가고 바퀴는 아까부터 계속 이상한 소리가 난다.

십알. 내가 뭘 잘못봤는지 만능상회 하천끼고 건널 것 이라고 적었다.

하천을 건너 흙길 진입 100m 진입하니 막다른 길이다.

뭔가 심고 있던 아줌마가 날 이상하게 본다.

노트북가방, 수트백, 신발주머니가 30kg는 넘게 느껴진다.
우리애 무등 태울 때도 이렇게 무겁지는 않았다.

되돌아 나와서 다시 만능상회를 끼고 농로로 간다.

아, 이게 토끼굴인가?
들어갔다 나오니 갑자기 능곡 사거리... 왜 맨들3로는 안나오는거야!!!!!!

일단 건너서 또 직진.....

히밤. 뭔가 또 굴이 보인다. 무작정 들어간다.
어차피 시간은 넉넉하게 두고 나왔다.

이게 토끼굴인가보다.

나오니 바로 맨들3로가 나온다. 우회전

조낸 아무 생각없이 가니 하이테크 발견 우회전 반사경 좌회전.

주욱 가니 드디어 행주대교가 보인다.

일단. 여기까지는 보고 온거다.

갈등은 여기부터...

행주대교+양화대교 합이 5km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효율적'이지 못하다....

일단 좌회전 후 행주산성을 끼고 방화대교로 갈 것을 결정한다.

좌회전.

좌우로 중년 불륜의 로망이 한껏 묻어나오는 간지의 제목들이 그럴싸하게 펼쳐진다.
올*스쿨,  **장어, 보기만해도 회춘할 것 같은 제목의 연속이다.

멀리서 보이는 업힐이 하나 보인다.

"뭐여, 시밤"

업힐 입구까지 와보니 행주산성이랜다.

"시발, 한계령 넘을 때는 24살이었지. 이젠 못하겠다."
뒤돌아 다시 밟는다. 뒤돌아 오는길 오른쪽으로만 가면 어찌 넘어갈 것도 같다.

마주오는 덤프를 몸으로 막아 세웠다.
"아저씨, 방화대교 쪽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거 넘어요."
"행주산성을요"
"저거 밖에 없지 아마..."

내 하나님은 지상 2만미터 위에서 담배하나 꼬나 물고 존나 웃고 있겠지.

다시 핸들을 돌린다.

처음으로 자전거에서 내렸다.
담뱃불도 달리면서 부치던 내가 내렸다.
자전거에서 내리니 이상한 바퀴소음은 사라졌다.

생각보다 행주산성 높이는 낮았다. 불과 100여미터.
이 100여미터 덕분에 다리가 풀렸다. 두 번 휘청였다.
이 시불놈의 자전거는 오지게도 무겁다.
쭝궈산 건국우유발 자전거에게 애초에 기대하는 건 포기지.


그리고 200여미터의 다운힐!!


잠깐 행복했다.

한참 가니 오른쪽으로 대도식당이 보인다..
아, 집에 갈 때마다 저기서 한번 먹어봐야지 했는데...
왕십리, 삼성동 대도식당에서 매번 만족했던지라 저기도 꼭 가야....니미...그럼 여기는....

그렇다. 자유로로 나와버렸다.

니체가 그립다.
신이 언제 죽었냐라고 물어본다면 난 오늘이라고 할거다.

방화대교까지 일단 달렸다.
다행히 짭새는 없다.

방화대교 밑단에 자전거 도로가 보인다.
일단 발로 철조망을 밟고 자전거를 넘긴 후 굴러 내려왔다.

왼쪽 팔꿈치와 오른쪽 무릎, 그리고 얼굴 왼쪽 귀밑에 작은 스크레치가 생겼다.

내려오며 가방을 고쳐 맸는데.

으아아아아아앙아라ㅣㅁ너이ㅏ러ㅣㅁ나어리ㅏㅓ미ㅓ리엄ㄴ;ㅣㅓㅓㄹ
이라ㅓㅣㅏ먼
 
처남 결혼 때 선물로 받은 물경 세일가 67만원짜리(물론 선물이니까 이런 양복도 받는다.) 로가디스 수트케이스가 너덜너덜

히밤, 뒷바퀴에 수트케이스가 계속 닿았던 모양이다.

안녕, 내 양복. 어째 그 비싼 놈이 나한테 오나 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지옥이 되는 순간.

가양대교, 성산대교를 넘어 양화대교까지 오니 시간은 7시20분.
자전거를 끌고 양화대교 위로 올라가는 데 다리가 자꾸 풀린다.

네 번의 빠꾸를 생각해보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합정역 근처에 자전거를 세우고 수정 사우나에 들어가 몸을 푼다.

'전신 마사지 4만원' 너무너무 그립고 반가운 글귀다.
구멍난 로가디스 수트만 아니면 벌써 세신사에게 몸을 맡겼을 나다.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8시.

편의점에서 오는길에 산 3300원짜리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딸기 요쿠르트"를 한번에 마시는 기염을 토했다.

더러워서 못살겠다. 성당이라도 다닐까 심각하게 고민한다.
정의구현 사제단. 쌍팔년도 독재 구호스러운 이 앞구절 뒤에 사제단이 붙으니 좀 멋있는 것 처럼....
건국우유 증정 자전거 사수단. 뭐 이런 깃발이라도 하나 만들까 고민한다.

인생만큼이나 일산 자출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