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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구라 오딧세이 한양대. 뽀얗고 작고 귀여운 여자가 앞자리에 앉았다. 영택이한테 말했다. "야, 쟤 이쁘다." 영택이는 말했다. "병시나, 니가 쟬 꼬시면 내가 술값 낸다." 이미 소주 두 병반을 마셨기 때문에 쪽팔림 같은 건 없었다. 아줌마한테 도꾸리 한 병을 시켰다. 도꾸리를 들고 마주보고 있는 테이블로 갔다. "저,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그녀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앉아요." 앉았다. "액면 딱, 보니까 내가 나이가 좀 많아 보이는 데 말 놓을게요." "네?" "오케이, 승락했고." "네?" "이름은?" "네?" 그녀의 눈빛이 "넌 뭐하는 새끼냐?"라고 묻는듯하다. 이럴 때 타이밍을 놓치면 난 한갓 불량배에 불과하다는 것을 짐승같은 감각이 외치고 있었다. "구면이라서... 몇학년이었지?" "저, 졸업했..... 더보기
반성, 그리고 반성을 딛고 얼마전, 변절을 이유로 박노해를 이재오, 김문수의 반열에 올려 놓고 속이 상했다. 넘버3의 마동팔 검사님처럼 "죄가 무슨 죄냐, 사람이 나쁜거지"라고 애써 계급에서 벗어난 자들을 폄훼하고 싶었다. 맑스가 얘기했다고 버디형님이 노래처럼 불러온 "사람을 믿지 말고 계급을 믿어라"는 역시 진리였다고 다시한번 믿고 싶었다. 언젠가 영진공 게시판에 썼듯이 송능한은 넘버3에서 시인이었다. 죄가 무슨죄냐? 이거, 계급을 믿어라하고 외치는 맑스에 비해 훨씬 근사하잖은가? "저는 깨어있는 건전한 마초잖아요" 비겁하지만 되도록 근사하게 자신을 포장하면서 습자지보다 얇은 관용으로 세상을 다 품에 안은척 살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재오, 김문수만큼 당대에 치열하게 부대끼지 않았고(거기에 실체니, 목적따위는 의미 없다) 김지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