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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흑과 백 성헌이는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다. 두툼한 안경을 썼지만 없어보이지는 않았다. 넌지시 물어봤다. “너, 어디사냐?” “시범아파트” 시범아파트라면 못사는 놈은 아닐텐데 이새끼는 밥을 싸오지 않는다.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밥하나만 더 싸줘” “왜” “결식아동이 하나 있어” “여의도 중학교에 결식아동이 어딨냐?” “몰라, 하나 싸줘.” 점심시간에 말했다. “야, 라면 내꺼까지 사와라. 내가 밥줄게” “왜?” “라면 먹고 싶어서 그래, 이새끼야.” 어느 토요일, 성헌이가 말한다. “엄마가 너 오란다.” “응?” “우리집에서 밥먹자” ‘아, 이새끼. 계모인가보다.’ 의외로 어머니의 모습은 인자했다. 성헌이 방에는 각종 OST LP가 벽에 걸려 있었다. 근사한 토요일 점심과 저녁을 얻어먹었다. 왜 이새끼가 도시.. 더보기
홍해의 기적 306보충대에서는 말이 돌았다. 환상의 17사, 꿈의 30사, 질 수 없다 25사. 중학교 2학년 때 마음에 들던 여자애를 따라 교회에 나간 날이 부활절이었다. 그 때 부활절 달걀을 두 개 반 먹은 덕분인지 난, 25사를 발령받았다. 1개 중대는 250명이었다. 중대선임을 설레발로 꿰찰 수 있었다. 중대선임은 6박7일의 포상휴가가 주어지는 자리였다. 두 개의 중대가 한 연병장을 공유했다. 우리는 2주 먼저 들어온 중대와 연병장을 같이 썼다. 연병장 주위는 목책으로 둘러쳐져 있었고 탈영하기 쉬워보였다. 문제는 탈영을 하면 어디로 갈 지 모른다는 점이었으며 우리는 아직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누구요?”라고 암구어를 외치는 저능아 신병들이었다. 일요일이면 공을 찼다. 선임중대가 아침식사 후 250명이 5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