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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

구라 오딧세이 한양대. 뽀얗고 작고 귀여운 여자가 앞자리에 앉았다. 영택이한테 말했다. "야, 쟤 이쁘다." 영택이는 말했다. "병시나, 니가 쟬 꼬시면 내가 술값 낸다." 이미 소주 두 병반을 마셨기 때문에 쪽팔림 같은 건 없었다. 아줌마한테 도꾸리 한 병을 시켰다. 도꾸리를 들고 마주보고 있는 테이블로 갔다. "저,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그녀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앉아요." 앉았다. "액면 딱, 보니까 내가 나이가 좀 많아 보이는 데 말 놓을게요." "네?" "오케이, 승락했고." "네?" "이름은?" "네?" 그녀의 눈빛이 "넌 뭐하는 새끼냐?"라고 묻는듯하다. 이럴 때 타이밍을 놓치면 난 한갓 불량배에 불과하다는 것을 짐승같은 감각이 외치고 있었다. "구면이라서... 몇학년이었지?" "저, 졸업했..... 더보기
달란트 에르메네질도 제냐 양복에 에르메스 구두를 신고 나타난 경호를 본 건 어느 더운 여름날 토요일이었다. 그가 도피성 해외유학을 간지 8년만이었다. 그즈음... 줄리아나의 메인 웨이터들이 시두스로 빠져나갔고 얼라이브는 불이 났으며 토마토는 문을 닫고 돈텔마마가 중년의 성지로 떠오르던 그 즈음. 그룹과외는 돈이 됐다. 4명에 25, 5명에 20으로 한 달을 굴리면 어떻게든 100만원이 들어왔다. 1월부터 과외를 하면 3월까지는 놀 수 있었다. 나는 주로 아이들에게 대한민국 나이트사를 장황하게 읊었다. 3월부터는 선배들이 4년 전부터 모아놓은 중간고사 기출문제를 워드로 정리해 풀게 했다. 40등을 맴돌던 아이들은 20등 이내로 들어왔다. 모의고사는 당연히 오르지 않았다. 나는 부모님들에게 모의고사야말로 6개월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