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의 딴생각

1983년도의 기억

by 그럴껄 2004. 5. 12.
반응형

[사진은 짤구님이 찍은 나뭉님의 야구공....당근 불펌이다]
어렸을 때,
그러니까 국민학교3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신길동 우진아파트 16동 광장은 우리의 홈그라운드였다.

수없이 깔린 지뢰밭처럼 베란다 창문이 진열되었고 우리는 덕분에 야구게임의 공인구는 낫소 테니스 볼이어야 했다. 당시 야구공은 몇가지가 있었는데 홍키공, 코르크볼(이건 주로 사인볼에 쓰이는 장식용 야구공이다) 경식 야구공, 준경식 야구공, 그리고 우리처럼 아파트 광장에서 게임을 할 경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쓰이는 테니스볼 등이었다.

1983년. 대길초등학교 4학년 2학기 나는 9회까지 단 2안타 완봉승을 거두며 신길6동의 에이스로 등극한다. 당시 1:0이라는 기록적인 게임이 나왔는데 그 1점도 1회말 2사 2,3루에서 빗맞은 내야안타로 내가 뽑은 점수 였으니 그날의 히어로는 누가 뭐래도 나였다.
아...씨바..써놓고 보니 자랑질이다.

아무튼, 그 때의 어깨혹사로 나는 어쩔 수 없이 박찬호와는 다른 길을 걸어야만 했으니 당시에 조금만 어깨를 아꼈더라도 나는 지금 메이저리그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당시 내 주무기는 슬라이더였으니 11살 가녀린 어깨에 무리가 가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디 씨바...완봉승이 아무한테나 주어지냔 말이다.

비는 오고, 봄인데 쏘주에 파전한장이 존나 생각난다.

어제 나뭉님은 9시 다되서 "술먹을래요?" "오케" "철구님이 싫데서 저도 싫어요"라며 사람을 존나 약올리더니 덕분에 발동걸린 나는 오뉴월 개똥에 앉은 금파리마냥 부산하게 껀수 하나 고르고 있다. 어쨌든 오늘은 술 먹는다.

망가진 내 어깨를 위해서 한잔이다. 그리고 오늘 내 msn 대화명은 "쏘주에 파전 쏘시면 영혼이라도 팝니다"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