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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달다 -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
난 똥을 쌀 때 꼭 활자를 본다.
국민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이 소년한국일보 강제 구독을 미끼로 이런 소리를 했다.
"니들 말이야, 10분이 정말 중요해. 하루에 10분을 그냥 쓰면 세월이 흘러 20년 30년 지나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거예요. 화장실에서도 그래. 하루에 10분 똥 싸는데 그 때 책을 읽어봐. 남들보다 10배는 많이 읽을거야. 근데...책은 분량이 많잖아? 그거 다읽으면 나중에 커서 치질이 생겨요. 그래서 어른들은 똥쌀 때 신문을 읽으시는 거야. 니들은 한자가 많아서 신문을 봐도 어린이 신문을 봐야해....나중에 커서 봐라. 똥쌀때 10분 아낀 사람이 대통령도 되고 그런거야."
나는 소년한국일보를 봤고 그 버릇은 지금도 남아있다.
그리고 그건 병이 되었다.
재수없게 지하철 같은데서 똥이 마려우면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급하게 화장실을 갔을 때 가장 먼저 찾는건 휴지가 아니라 신문이다. 신문 파는 데가 없으면 버려진 광고 전단지라도 들고 가야 똥이 나오니 말이다. 한번은 핵폭발 총 폐업 정리라고 큼지막하게 써진 논노 고별전 전단지를 글자 하나도 빼먹지 않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집에서는 짧은 챕터로 나뉜 책을 본다.
시는 똥쌀 때 좋은 목록 중에 하난데...
일단 몇번을 읽어도 좋은 게 그 하나고,
한페이지가 거의 한챕터로 구분되니
원할 때 끊을 수 있어 좋고
무엇보다 책값이 싸다.
똥 쌀 때 읽는 시집은 딱 정해져 있는데 보통 지식블럭을 목표로 한 건 똥이 나오다가도 들어가기 때문에 피한다. 정호승, 함민복, 이문재.. 이양반들 시는 내 똥타임 전용이다.
풍경 달다를 읽다가 내친김에 얼마전 정호승의 인연도 샀다. 이양반 시야 '사랑하다가 죽어버리든지'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든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데 이거 내 정서는 아니다. 다만 이양반 시집 들고 똥을 싸면 똥이 말랑말랑해진다. 말랑말랑해진 똥은 말랑말랑한 심장을 만들고 이 말랑말랑한 모닝 똥을 싼 상쾌한 마음에 봉다리 커피 한잔 빨고 출근해보라. 교통방송에서는 오늘따라 차가 덜막힌다고 하고 동부간선도로에서 성산대교까지(내부순환로) 20분 이내의 타임이 딱 찍혀주면 절로 노래가 나온다.
"아으아~ 부르쓰~ 부르쓰~ 부르쓰~ 연주자여~ 이흐마으악을 멈추지히~ 마라으아요~"
아침과 상관 없는 노래라고? 천만에... 주현미 꺽고 넘기는 그 폼새가 꼭 내부순환로 S자 도로 타고 넘어가는 리듬이다. 60km 찍고 돌아가면서 불러보면 안다. 이게 얼마나 딱 맞는 구절인지...
날씨 조온나 좋고, 어제는 술도 안먹고, 눈이 말똥말똥하고, 왼쪽 네번째 발가락은 헐거운 양말틈으로 고개를 내밀라고 지랄을 하는데... 낚시가기 딱 좋다. 덕용 삼양(흥부)라면만 어떻게 구할 수 있다면 신갈 저수지에 좌대 하나 띄워서 베쓰라면잡탕에 구성진 빨간딱지 오프너로 따야 하는 (까르푸에 판다) 25도 원조 진로 하나 까야하는 날이다.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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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똥을 쌀 때 꼭 활자를 본다.
국민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이 소년한국일보 강제 구독을 미끼로 이런 소리를 했다.
"니들 말이야, 10분이 정말 중요해. 하루에 10분을 그냥 쓰면 세월이 흘러 20년 30년 지나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거예요. 화장실에서도 그래. 하루에 10분 똥 싸는데 그 때 책을 읽어봐. 남들보다 10배는 많이 읽을거야. 근데...책은 분량이 많잖아? 그거 다읽으면 나중에 커서 치질이 생겨요. 그래서 어른들은 똥쌀 때 신문을 읽으시는 거야. 니들은 한자가 많아서 신문을 봐도 어린이 신문을 봐야해....나중에 커서 봐라. 똥쌀때 10분 아낀 사람이 대통령도 되고 그런거야."
나는 소년한국일보를 봤고 그 버릇은 지금도 남아있다.
그리고 그건 병이 되었다.
재수없게 지하철 같은데서 똥이 마려우면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급하게 화장실을 갔을 때 가장 먼저 찾는건 휴지가 아니라 신문이다. 신문 파는 데가 없으면 버려진 광고 전단지라도 들고 가야 똥이 나오니 말이다. 한번은 핵폭발 총 폐업 정리라고 큼지막하게 써진 논노 고별전 전단지를 글자 하나도 빼먹지 않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집에서는 짧은 챕터로 나뉜 책을 본다.
시는 똥쌀 때 좋은 목록 중에 하난데...
일단 몇번을 읽어도 좋은 게 그 하나고,
한페이지가 거의 한챕터로 구분되니
원할 때 끊을 수 있어 좋고
무엇보다 책값이 싸다.
똥 쌀 때 읽는 시집은 딱 정해져 있는데 보통 지식블럭을 목표로 한 건 똥이 나오다가도 들어가기 때문에 피한다. 정호승, 함민복, 이문재.. 이양반들 시는 내 똥타임 전용이다.
풍경 달다를 읽다가 내친김에 얼마전 정호승의 인연도 샀다. 이양반 시야 '사랑하다가 죽어버리든지'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든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데 이거 내 정서는 아니다. 다만 이양반 시집 들고 똥을 싸면 똥이 말랑말랑해진다. 말랑말랑해진 똥은 말랑말랑한 심장을 만들고 이 말랑말랑한 모닝 똥을 싼 상쾌한 마음에 봉다리 커피 한잔 빨고 출근해보라. 교통방송에서는 오늘따라 차가 덜막힌다고 하고 동부간선도로에서 성산대교까지(내부순환로) 20분 이내의 타임이 딱 찍혀주면 절로 노래가 나온다.
"아으아~ 부르쓰~ 부르쓰~ 부르쓰~ 연주자여~ 이흐마으악을 멈추지히~ 마라으아요~"
아침과 상관 없는 노래라고? 천만에... 주현미 꺽고 넘기는 그 폼새가 꼭 내부순환로 S자 도로 타고 넘어가는 리듬이다. 60km 찍고 돌아가면서 불러보면 안다. 이게 얼마나 딱 맞는 구절인지...
날씨 조온나 좋고, 어제는 술도 안먹고, 눈이 말똥말똥하고, 왼쪽 네번째 발가락은 헐거운 양말틈으로 고개를 내밀라고 지랄을 하는데... 낚시가기 딱 좋다. 덕용 삼양(흥부)라면만 어떻게 구할 수 있다면 신갈 저수지에 좌대 하나 띄워서 베쓰라면잡탕에 구성진 빨간딱지 오프너로 따야 하는 (까르푸에 판다) 25도 원조 진로 하나 까야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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