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의 딴생각

영화를 본다? 영화를 평한다? 영화를 즐긴다?

by 그럴껄 2004. 4. 6.
반응형


이 셋의 미묘한 함수 관계는 나에게 늘 고민을 안겨주는 요소다.


뱀이 이슬을 먹으면 독이 되고 소가 이슬을 먹으면 우유가 된다고 했지. 이거 지극히 절절한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대한민국 세손가락안에 드는 비평가 고짤구씨는 자신의 홈피에서 영화가 재미없어진 이유를 영화속에는 현실의 답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나는 좀 더 현실적인 답으로써 영화가 재미없어졌다.


영화를 문화의 소비로써 대하는 게 아니라 아웃-풋을 이끌어 내는 도구로써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문제이다. "공짜 영화를 존나 보니까 넌 좋겠다."라고 말하는 牛問은 장난삼아 던진 돌 모서리에 개구리 후두엽 뭉그러지는 소리다. 저 영화의 커트바리, 저 영화의 틸다운, 저 영화의 HMI, 저 영화의 발전차, 저 영화의 세트, 저 영화의 소품, 저 영화의 맥락, 저 영화의 플롯, 저 영화의 사회적 의미, 저영화의 이미지, 저 영화의 신화, 저 영화의 배우, 저 영화의 가치, 저 영화의 내부구조, 저 영화의 예산, 저 영화의 시대사적 의의, 저 영화의......


2년전 VJ물 제작을 할 때였다. 1980년대 국민학교(주1) 다닌 남자 아이들의 영원한 로망인 아아카데미 과학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가리안과 건담 시리즈에 푹 빠져 있던 그 감상 그대로 찾은 아카데미 과학은 어릴적 동경의 그 회사는 아니었다. 건담이나 가리안 시리즈가 반다이의 카피였다는 사실을 몰랐던 국민학교 때의 감상은 이미 20여년이나 철지난 감상이었을 뿐이다. 프라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어렸을 때의 꿈을 실현시킨 자들이었다.


"취미요? 여기 계신분들 취미가 다 바뀌었어요. 어떤분은 밀리터리 수집으로 바뀌구요. 전 아예 취미가 없죠. 하하, 보는 것만으로도 지겨운데요."


나에게 영화보기란 아직까지 확고한 직업은 아니다. 이런 내가 영화보기가 두려워지는데 하물며 먹고 살기로 영화를 보는 자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때론 기자 시사회만큼 위악적인 제도는 없다. 찌들고 지친 자들에게 영화란 얼마나 큰 고문이란 말인가?







(주1) 난 국민학교 세대지이 초등학교 세대는 아니다. 나에겐 아직 초등학교의 어감이 익숙지 않아 국민학교로 적는다. 나에게 국민학교란 단어의 의미는 일제 시대의 잔재를 떨치지 못하고 벤또와 와루바시로 불러야만 제대로 부르는 느낌이 나는 노친네의 그 감수성에 다름 아니다. 존나 바꾸고 싶은데 내 추억이 몽땅 날라가 버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아직 못 버리고 있다. 미련한게 죄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