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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기싫은 글

문상

by 그럴껄 2004.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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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

상주가 되서도
그는
아버지 영정에 비끼고 서 있다

문상객 들일 때마다
동행인 바람, 좀 미뤄두고
나의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예요라고
말도 못하고
병풍 뒤에서 뒷머리만 긁적이는
두 말 자리 술통이예요라고 할 요량이었다

[니네 아버지는 고스톱을 잘 쳤단다
니 애비는 아즉 갈 때가 아닌디]
계속 그 구절만 오토-리버스 되고 있다

상주는 연속 재생되는 긴 삼일을
거북해 하고
말 못하는 자
마누라와 딸년은
눈물을 수건에 담아
바삭바삭 부수고 있다

고모는 방귀가 마려운 듯
아이고 곡을 하며
바닥을 내 쳤지만
탁, 소리보다
방귀가 빨랐다
고개 숙인 딸년의 어깨가 갑자기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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