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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는 일단 고백하고 가자.
뭔놈의 드라마에 힘은 그리 들어가 씬은 오방 길지, 게다가
애들은 하나같이 주술관계가 뒤집어졌지, 게다가
뭔놈의 시를 쓰는지 시연이 아빠는 변비로 병원에 가서도 시를 읊지, 게다가
남매가 사랑에 불륜에 유부란 타이틀이 록본기 골목 구석에 짱박힌 포장마차 유부우동만큼의고민도 없지, 게다가
미치지 않고서야 바람핀상대를 맞바람으로 응징하는 모드하며, 게다가
미치지 않고서야 멀쩡한 놈 머리에 빨간 핀은 왠말이며, 게다가
늘상 술먹는 약속이 몰리는 수,목방영은 뭔말이야.
그렇다. 이 말많고 흠잡힐 구석이 신천역 삐끼수보다 많은 이 드라마를 난 꼭 챙겨서 본거다. 사랑과 진실, 조선왕조500년 임진왜란, 오선생 시리즈(오경장, 오박사, 미달이까지...), 허준(전광렬버전), 대장금, 두근두근체인지 이후에 또다시 챙겨보는 드라마가 생긴거다.
백수, 에로배우, 환자, 고아라는 상처를 안고 사는 애들이 참 어렵게 세상을 풀어가는 방법에 빠진거다.
나영이 대가리에 누가 집을 짓던, 재복이 눈에 비친 천사가 에로천사건, 슬픈 천사건, 시연이 입에 달린 시큼털털한 '지랄'이 발광을 하던 말던, 강국이 시연이 꼬시는 그 우리 잘래요?(씨발, 내 인상으로 그랬다간 바로 파출소행이지) 한방에 시연이가 넘어가던 말던 그게 날 끌어당긴건 아니다.
얘들 넷이 갖고 있던 상처 하나하나가 어쩌면 내가 받았던 상처랑 비스무리하냐 이거다. 흔히 우리가 "뽕끼"를 하나씩 마음속에 가지고 있어서 뽕끼를 인정하는 세대가 되면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가 절절해지는 것처럼 아일랜드의 네명이 겪는 일들이 마치 나의 유사경험 고백처럼 들린거다.
사랑했던 가족을 잃은 경험, 내가 누굴 진짜 사랑했던 건지 몰랐던 경험, 내가 택도 없는 누구에게 상처를 받았던 경험, 그리고 비교당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 모든 사회의 속성이 절절했던 거다. 그리고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나영 이쁜거. 이거 50% 먹고 간다.
내 생애 최고의 코미디는 누가뭐래도 에어플래인과 폴리스 스토리, 떠날때는 말없이고, 누가 뭐래도 내 생에 최고의 비장미는 영웅본색2고 누가뭐래도 내 생에 최고의 드라마는 이나영 주연인거다. 뭐, 좀 아쉽다면 전지현 주연도 쳐주자.
commercial한 드라마라고 하기엔 이거 진짜 골때린 포지션이다. 이 어디를 지향하는지 모를 드라마가 다음주 종방이고 단순히 유사경험같은 느낌으로 내가 보았다라고 말하기엔 어쩌면 설득력이 좀 약하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는 종방이 되어도 한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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