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딴생각

생활의발견(2002 대선을 즈음해서)

그럴껄 2004. 3. 2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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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옛날옛날 한 옛날에....아무튼 졸라 옛날이었어요. 바다건너 졸라 건너 한 나라에는 카시라는 애가 살고 있었대요. 성이 뭐더라? .맨가? 맹인가? 맹카시? 매카시? 아무튼...이런 애가 살고 있었드래요... 얘는 쌀나라에서 영화배우를 하던 애였는데요. 남 잘난 꼴을 못 봤어요. 당최!, 어느날 이 친구는 자기를 주연으로 써 줬던 공화 프로덕션에서...쫓겨났죠. “사람은 못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라!”란 소리를 들으면서요. 영화는 망해가는데 지 밥그릇만 챙기려고 했었거든요.

영화판에서 쫓겨난 카시는 갈 데가 없었어요. 늘상 권태로웠죠. 그런 어느 날 옛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씨바스에 술취한 목소리는 친구 [군독재]였죠. 독재는 술취한 목소리로 카시가 보고 싶다고 했어요. 카시는 그날로 친구를 따라 내려왔어요.

독재는 카시를 반갑게 맞이했어요.
“오~ 졸라 방가....” 사실 독재는 좀 무료하던 참이었거든요. 슬슬 술 먹을 돈도 떨어지고 말이죠. 독재는 간만에 만나는 친구 카시에게 청평사도 보여주고 소양호도 보여주고 오리보트도 타봤죠. 오리보트에선 어떤 영감이 담뱃불도 빌리고요, 참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 독재는 자기가 은근히 좋아하는 무용선생 전노양도 보여주었죠. 근데 말이죠.

사실 전노양은 독재군보다 카시에게 더 관심이 있었나봐요. 독재와 카시가 전노양의 무용실을 찾아간 날 밑도 끝도 없이 보여주는 그 춤새가 사람을 참 당혹스럽게 하더라구요. 물론 카시한테 보여주고 싶어서였겠죠?

셋이 만나 술을 먹던 그날 전노양이 은근히 카시한테 이러는 거예요.
“우리 서먹서먹한데 키쑤나 할까요?” 아 씨바....카시는 흔들렸어요. 저 군내 나는 선배보다는 이렇게 깔삼한 어린것들이 좀더 구미가 댕기거든요.

그날밤 전노양과 카시는 뜨거운 밤을 보냈어요. 카시 성격이 좀 과격해도 쿠울~ 하거든요. 원나잇에 한경험 하는 카시는 오늘도 3점(씨리헌터 콩점수 기준)을 외치면서 기분좋게 담배를 하나 빼물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전노양이 물어보데요.
“나 사랑해?”
카시 약간 뒷골이 땡겨옴을 느낍니다. 이건 아닌데 하구요.

씨바....단지 카시는 원나잇 상대로만 여긴 전노양이 엉겨오자 어쩔줄을 몰랐어요. 이렇게 엉기면 피곤하거든요. 어차피 하룻밤 상댄데 말이죠.

카시는 다시 떠나야 했어요. 독재의 싸늘한 눈빛도 그렇거니와 전노양도 부담스러웠거든요. 전노양은 더나는 순간까지 카시를 후달리게 만들었어요.
“내 안의 당신, 당신 속에 나”
이렇게 적힌 쪽지를 보는 순간 카시의 빤스에는 한방울 선명한 노란 자욱이 남았을 거예요.

부산으로 내려가는 기차를 타며 카시는 상념에 잠겼죠. 그래서인지 선뜻 자기 자리를 찾기보다 식당칸을 찾았습니다. 전노양이 남긴 사진을 아무런 생각 없이 들여다보며 카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어느 정도 머릿속이 정리되자 카시는 자신의 자리를 찾았습니다. 근데 이게 웬일? 자기 자리 옆에 있는 여자가 자신을 알아보는 것 아니겠어요?

자신의 이름을 [이제]라고 밝힌 그녀는 카시를 본 적이 있데요. 영화에서요. 카시는 그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녀가 내린 경주역에 아무생각 없이 따라내렸죠.

술자리에서 이제양은 예전에 카시를 본 적이 있다고 고백합니다. 중학교 반장선거 할 때 무연이랑 표싸움이 벌어졌는데 카시가 도와줬다는 겁니다.
“오오~ 그래요?” 카시는 생각나지 않았지만 그녀를 놓치기 싫어 얼버무립니다.
이제는 다시 이어서 말합니다.
“ 그 때 왜 무연이가 인기가 많았잖아? 반 어려운 애들한테 도움도 많이 주고 말이야. 그래서 나는 내가 이번 선거에서 지겠구나 생각했었어. 근데 니가 도와줬잖아. 무연이는 선생님이랑 친해서 비호를 받는다느니, 친구들이랑 딱지치기 할 때 많이 갖구 있는 놈꺼 빼앗아서 공평하게 나눠 갖자느니, 복도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놈들한테 좌측으로 걸으라고 윽박지른다고...”
카시는 내가 그런적이 있었나 다시한번 생각해 봅니다.
뭐....그런적이 있는 것도 같군요.

아무튼 카시는 이제와
경주의 제일 좋은 호텔에서 또 즐거운 원나잇~!

카시는 자기보다 더 쿨한 이제에게 이상하게 끌립니다. 이제를 보내고 카시, 그녀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카시는 다시 이제를 찾고 싶어 그녀의 집앞을 서성입니다. 그 때 그녀의 집앞으로 들어오는 그녀의 남편!

그는 카시에게 누구 찾으세요? 라고 물어보는데.....
우리의 이제가 아는 영어는 ‘안녕하세요?’밖에 없으므로 영어로 인사합니다.
“캔 유 스피쿠 잉글리쉬?”
멋진 연기력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우리의 카시.

이제의 집앞에 어슬렁 거리던 카시는 다시 이제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때 그 호텔에서 그는 문득 그녀의 남편이 생각났습니다.
“니 남편 말야.....나 청평에서 본 것 같아...”
“내 남편을 당신이 어떻게 알아? 해창 오빠를 당신이 봤어?”
“응...으응....아니.....아닌 것 같기두 하구....오리보트 탈 때....... 뭐...암튼..뽈은 발갛더라..”
카시와 이제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영화를 안보신 분들을 위해서 결말은 안“짖”겠습니다.
카시랑 이제는 어떻게 됐냐구요?
여러분이 대충 상상하시는 대로겠지요.

어쩌면 여러분은 어느 순간에 카시를 만났을지 모르겠네요.

늘상 이맘때면 나오거든요.
카시를 만나면 제발 반갑게 맞이하지 마세요.
카시의 날랜 손놀림이 또 누구를 매장시킬지, 누구의 여자를 따먹을지 모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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